해방촌의 매력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카페 무니
서울토박이이지만 해방촌은 처음 가본 서울촌놈. 아니, 정확하게는 강서구 촌놈이라 해야 하나. 강서구에서 초중고를, 사당 주변에서 대학생활을 했고 사진을 취미생활로 하기 시작하며 광화문, 숭례문, 북촌 일대를 여러 번 돌아다녔음에도 해방촌, 이태원 주변으로는 잘 안 가게 됐었다. 결혼을 하고, 서울을 떠난 지 대략 5-6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가본 해방촌은 이전의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왜 이제야 와봤나 생각하게 할 정도로 너무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특히 루트탑 카페에서 보는 해방촌은 너무 매력적이었는데, 취미가 사진이니 사진으로 해방촌 카페 무니라는 곳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객관적으로 쓸 수 있다.
해방촌에서 나름 잘 나가는 카페 무니. 사실 이렇게 유명한 장소에 가면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기록을 하게 된다. 왜? 다른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해서 나도 가본 거니까. 소비라는 게 내 가치에 돈을 지불하는 건데, 이 공간이 나쁜 공간이라면 내 소비가 낭비가 된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그런 편향성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웬만하면 좋은 방향으로 기록하게 된다.
카페 무니, 좋은 공간이다. 후술하겠지만 공간 자체로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른다. 그러나 당연히 내돈내산으로 내 돈 주고 가서 커피 사 마신 경험이라는 점에서, 또한 처음 들어갔을 때의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점에서 무조건적으로 칭찬하는 글만 쓰지 않을 수 있다. 객관적으로, 이 공간에 대해 소갭해본다.
메뉴와 첫인상
해방촌 카페 무니는 주류도 판매하고 커피도 판매한다. 주류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커피만 이야기하자면, 가격대는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에스프레소가 4천 원, 아메리카노가 5천 원대이니 저렴하지는 않다. 물론 해방촌이라는 관광지(?)에서, 루프탑이라는 특수한 요소가 들어간 카페라는 점을 고려하면 마냥 비싼 것은 아니니 가격은 적당하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다.
카페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에는 메뉴도 들어 있지만, 직원의 친절도나 카페 운영 방식에 대한 것들도 들어 있을 거다. 무니의 첫인상이 엄청 좋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카페의 운영 방식과 친절도 때문인데, 좌석이 남아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동행이 1층에 대기를 하고 한 사람만 올라가야 한다. 좌석이 그리 많은 카페가 아니고, 좋은 좌석들이 항상 차 있는 카페이다보니 좌석을 보러 윗층을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협소한 공간에서, 조용하게 커피를 마시는 고객들을 위해 우루루 올라갔다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식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괜찮은 방식이고 납득이 되지만, 막상 아내만 두고 한 명만 올라가서 좌석을 보고 내려와야 한다는 말을 딱딱하게 들으니 생경함에서 오는 당혹감이 있었달까?
구글맵을 보면 카페 직원에 대한 평가가 갈리기는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불친절하다고 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근사근하지 않을 뿐, 불친절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친절과 불친절이 사근사근함으로 구분되는 건 아니니까.
매력적인 시간을 부각시키는 공간
우리는 의도적으로 노을이 지는 시간에 해방촌 카페에 가보기로 했다. 루프탑이 많고, 높은 지대에서 보는 서울 풍경이 꽤나 매력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노을이 지는 시간에 더 예쁠 거라고 기대했으니까. 그런데 꼭 루프탑이 아니더라도 실내 공간 자체가 굉장히 빛이 예쁘게 떨어지는, 석양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공간이었다.
당일 미세먼지와 구름 때문에 노을이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아서 아쉬웠지만, 안쪽 좌석에서 태양이 내려가는 장면이 명확하게 보여서 사진 찍는 입장에서는 참 만족스러웠다.
해방촌 카페 무니의 루프탑
커피 맛, 실내 공간 등 여러 가지 매력요소가 있지만, 그 무엇보다 해방촌 카페 무니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소가 루프탑이다. 서울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해방촌의 높은 고지에 루프탑이 있으니 얼마나 예쁘겠나. 이날 날이 엄청 추웠음에도 루프탑이 예뻐서 외투도 벗어놓고 열심히 사진을 남겼다.
일반인 모델과 와서 루프탑에서 촬영을 하는 취미사진가도 있었고, 풍경을 보기 위해 올라온 여러 커플들이 있었다. 날이 좋을 때는 해방촌 카페 루프탑들이 어디든 거의 좌석이 다 차버리는 게 일상이라고 하니, 루프탑을 여유롭게 누릴 수 있는 것은 겨울의 이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비행기가 계속해서 날아가고, 빌딩들의 불빛은 꺼질 기미가 안 보이는 서울 시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멀리서 보면 또 예쁘더라고.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사투가, 한 발 뒤에서는 예쁜 장면이 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하루를 너무 치열하게 살아갈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해방촌에서 내려가는 길
루프탑에서 골든타임을 보내고 내려가는 길. 마치 라라랜드에서 봤던 것 같은 풍경이 보였다.
어릴 때 후암동에 사시던 외할머니 덕분에 남산, 후암동을 정말 정겹게 생각한다. 마치 고향인 것처럼. 서울 중심에 있으면서도 시골 골목 같은 모습들이 혼재하는 그 공간에서 정겨움을 느끼는 나로서는, 해방촌의 지켜지고 있는 옛날 모습들이 퍽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또 그 안에서 서울 중심을 내려다보며 느끼는 개방감도 좋았고. 여러모로 해방촌은 다시 한 번 찾아가 걷고 싶은 동네다. 명동 인근에서 여행지라 하면 남산만 꼽히지만, 해방촌에 꼭 다녀와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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