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마을과 인생네컷, 이 익숙한 소재들.
벽화마을과 인생네컷. 사실 아주 익숙하고, 평범하고, 조금은 지루한 소재들이다. 여수 여행 코스로 벽화마을과 인생네컷을 추천한다면 '그렇게 여수가 볼 게 없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런데 그 익숙한 소재들이 우리 가족 여행을 그렇게나 풍성하게 만들었다. 별 거 아니고 익숙한데 굉장히 우리를 행복하게 했달까.
여수 고소동 벽화마을은 사실 벽화 자체가 많이 헤져서 미적인 매력이 엄청난 곳은 아니다. 또 실 거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에 민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움도 있고. 그럼에도 여수 여행에서, 특히 가족끼리 함께 하는 여수 여행에서 고소동 벽화마을에 방문해볼 만한 이유, 인생네컷을 찍어볼 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기에 간단한 후기글을 작성해본다.
(참고로 인생네컷 광고 아니다, 광고 주면 더 잘 써드리겠지만, 지금은 내 돈 내고 다녀온 것이기에 평범한 여행후기 글이라는 점을 밝힌다.)
정취가 있는 여수 고소동 벽화마을
먼저 고소동 벽화마을 자체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상술했듯 고소동 벽화마을의 벽화는 "벽화마을"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많이 지워진 상태였다. 물론 아직 또렷하게 남아 있는 벽화들도 있지만, 많은 곳의 벽화들이 대충 무언가 그려졌었구나 하는 흔적 정도만 알 수 있는 정도로 남아 있곤 했다.
그런데도 여수 벽화마을이 매력적인 이유는 요즘 도심에서 마주할 수 없는 골목길과 여수 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지대에 있다. 일단 고소동 벽화마을은 굉장히 꾸불꾸불한 골목길들로 이루어져 있다. 중간 중간 큰 도로를 중심으로 큰 카페들도 여럿 위치하고 있지만, 벽화마을 자체의 매력은 골목길에 있다. 그 골목길을 걷다보면 어릴 적 후암동 할머니네 집 사이 사이 골목을 돌아다니던 기억이 나서 굉장히 정취가 있었다.
잘 정돈된 골목길은 아니고 여러 가지 보수가 필요한 곳이기 때문에 이런 공사 현장들도 여럿 눈에 띄었지만, 그 사이에서 잠자고 있는 고양이가 얼마나 귀엽던지. 낡고 고장난 것들 사이에서 느끼는 매력과 아름다움이 분명히 있다.
또 다른 매력으로는 여수 고소동 벽화마을이 굉장히 높은 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벽화마을을 걷다보면 자연스레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그 지대가 여수 바닷가와 광장이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높다. 벽화와 골목길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와 도심 풍경도 못지 않게 항상 매력적이다.
설 명절, 사람이 참 많은 시기였기 때문에 도로는 항상 북적였지만, 이렇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그 북적거림으로부터 벗어나 관망하는 자리에서 느끼는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높은 곳의 뷰를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큼 올라가는 수고를 감당해야 한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수고가 필요한 것이 이치니까. 그래도 생각보다 가파른 계단들이 많지 않고, 슬슬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정상 부근에 도착해 있어 특별히 힘들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니 지레 겁먹지는 말자.
가족여행이라면 인생네컷을 찍어보자.
고소동 벽화마을을 오르다보면 자연스럽게 인생네컷 매장을 마주하게 된다. 딱히 찾아 걸은 건 아닌데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인생네컷이 보이더라고. 입지를 잘 잡으신 것 같다. 우리 세대에게 인생네컷은 그리 특별한 건 아니기 때문에 별 감흥은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부모님과 인생네컷 찍어본 적이 없는 거라. 아니, 사실 가족사진 자체를 찍자 찍자 이야기만 하고 제대로 찍어본 적이 없었다. 제대로 된 가족사진은 아니지만, 인생네컷만큼 쉽고 간단한, 또 재밌는 가족사진이 어디 있겠나 싶어 부모님을 끌고 들어갔다.
아내와 나는 너무 익숙하니까. 곧바로 모자와 머리띠를 찾아서 세팅을 했다. 반대로 부모님은 '이게 뭐야' 하는 마음으로 들어와서 잠시 당황하는 듯했지만
곧바로 자기에게 어울리는 머리띠를 찾아 세팅을 했다. 한 번 생각해보시라. 부모님과 이런 재밌는 머리띠를 착용하고 재밌는 사진을 찍어본 적이 있는지. 개인적으로 필자는 사진 취미를 10년 간 하면서도 이런 사진들은 부모님과 함께 남겨본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인생네컷은 우리에겐 별 거 아니지만, 가족끼리는 의미가 있는 사진이다 싶다.
이렇게 사진을 이미지 파일로도 받을 수 있고, 촬영 간 있었던 영상들도 짤막하게 받을 수 있다. 사진 자체는 잃어버릴 수도 있고 손상될 수도 있지만, 이런 디지털 파일은 보관만 잘 하면 오래 가기도 하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볼 수 있으니 부모님께도 매력적인 수단이지 싶다.
아들 둘, 아니 아버지까지 큰 아들이다 생각하면 아들 셋이 있는 집에서는 이런 가족 사진 한 장 남기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여행을 떠나 오면, 특별한 곳에 오면, 또 색다른 기회가 생기면 하게 되는 것이 아들들이니까. 이렇게 사진 한 장 남기니 벽화마을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 배가되는 듯했다. 다른 여행지에 가면 또 부모님과 인생네컷 한 번 찍어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만약 부모님과 가족여행을 계획한다면, 특히 여수 고소동 벽화마을을 가본다면 부모님과 사진 한 장 남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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