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들이 넘치는 순창 5일장에 가보다.
"오일장", "전통시장" 요즘은 거의 사장되어가는 단어들이다. 어릴 때부터 장을 볼 때 자연스럽게 이마트,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로 가던 세대이어서 더더욱 5일장이라는 개념이 매우 생소했던 것 같기도 하다. 순창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장을 보러 간다고 하면 항상 주변 이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를 검색하던 사람인지라 순창에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순창 5일장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고.
그러던 중 직장동료로부터 5일장에 먹거리가 꽤 많다는 정보를 얻게 된다. 순창살이 1년이 다 돼 가는 시점에 이미 먹을 만한 식당은 다 가보고, 괜찮다는 식당은 다 평정한 지 오래라 그 소식이 꽤나 반가웠다. 특히 정육점 앞에서 튀겨주는 엄청난 양의 튀김, 옆에서 삶고 있는 족발, 호떡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꼭 한 번 가보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과 6이 들어가는 날만 방문할 수 있는, 생각보다 기회가 제한적인 순창 5일장의 분위기와 먹거리들은 어떨까. 사진과 글로 간단하게 공유해보려고 한다.
- 순창 5일장 날짜, 위치, 주차 팁
- 맛집 먹거리들
- 시장물가 체험
1. 순창 5일장 위치와 날짜, 주차 팁
순창 5일장은 말그대로 5일장이기 때문에 매일 열리지 않는다. 필자는 교과서에서나 5일장에 대해 배웠기에 실제적으로 5일장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개념이 없었는데, 쉽게 이해하려면 1과 6이 들어가는 날에만 열린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시장 입구에 "장서는 날"이라고 분명하게 기재하고 있다. (혹시 장 넘어지는 날도 있을까? ㅎㅎ;)
필자는 순창읍내 지리가 어느 정도 머리에 들어가 있어서 동료에게 대략적인 위치 정보를 듣고 찾아갈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정확한 시장 위치를 발견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외지인, 혹은 관광객이 5일장을 찾아가는 것이 살짝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지도에 '순창5일장'이라고 검색하면 바로 위치가 나온다. 네비게이션 상으로도 동일하게 검색하면 쉽게 위치를 찾으실 수 있겠다. 다만 이대로 주소를 찍고 도착하면 위 사진에서 보이는 대로 순창시장 버스 휴게실이 나올 거다. 이 장소는 일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자리가 없는, 버스 정류장이기 때문에 이대로 와서 주차를 하려고 하면 주차위원들의 제지를 받게 될 거다. 걸어서 오더라도 제대로 된 5일장의 현장을 찾아 헤매게 된다.
더 정확한 순창 5일장의 위치는 위 지도에서 보이는 '순창시장' 방면으로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발견할 수 있다. 큰 도로 중심으로 이야기하자면 지도에서 보이는 남계로를 따라 시장 얼음집 방면으로 쭉 걸어가면 자연스럽게 시장을 발견하게 될 거다.
가장 중요한 주차 팁. 순창 5일장 내에는 주차할 만한 공간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번도 주차 스트레스를 경험해본 적이 없는 순창이기에 만만하게 생각했다가, 5일장 인근 몇 블럭 안에 전혀 주차할 공간이 없는 것을 보고 주차 정보가 꼭 필요하겠다 생각했다. 가장 추천하는 주차 공간은 '천재의 공간 영화산책'을 검색해서 주차장에 대는 것이다.
순창 작은영화관이라 검색하면 나오는 장소인데, 도보로 10분 안에 순창 5일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순창 대부분 공간이 그렇지만 주차비를 받지 않기 때문에 얼마 간의 시간 동안 주차하더라도 요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가는 길에는 여러 잡화점들을 거쳐가게 되기에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시골 시장이 그렇듯 보세 옷들도 많이 판매하고, 이런 잡화들과 생필품들도 많아서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기도 좋다.
2. 맛집 먹거리들
순창 5일장에 방문해보려고 하는 분들 중에는 단순 먹거리를 맛보기 위해 찾으시는 분들이 더 많을 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야 순창에서 거주하며 생필품들을 구매하고 장을 보기 위해 5일장에 방문했지만, 관광객들이 5일장에 와서 장을 볼 일은 없으니까. 그래서 먼저 순창 5일장에서 한 번쯤 들러봐야 할 맛집 두 곳만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로 정육점에서 튀겨주는 튀김집이다. 정육점에서 웬 튀김이냐 싶긴 한데, 튀김 양이 정말 혜자다. 우리는 오징어튀김과 김말이를 구매했는데 말씀으로는 천 원에 두 개라고 하시는데, 그 금액보다 많이 넣어주신다. 수도권 분식점처럼 칼같이 개수 세서 넣어주지 않고, 튀긴 대로 막 넣어주시니 양이 엄청나다. 필자는 이미 "만 원 어치만 구매해도 양이 상당하다"는 정보를 듣고 갔기 때문에 오징어 5천 원, 김말이 2천 원 어치를 구매했는데 너무 양이 많아서 남길 뻔했다. 특히 오징어 튀김의 경우 엄청 긴 오징어를 그대로 튀겨주신다. 직장 동료의 말로는 앞 시장에서 바로 구매해서 튀기기 때문에 값도 저렴하고 신선하다고 하셨다고. 꼭 튀김이 아니어도 소세지, 어묵, 순대 같은 것들도 판매하시기 때문에 간식을 먹기에 참 좋은 곳이다.
두 번째는 호떡집. 튀김 파는 정육점 바로 건너편에 호떡을 판매하는 곳이 있다. 이런 호떡을 먹는 게 요즘 쉽지 않다고 생각해서 볼 때마다 하나씩은 꼭 사서 먹는데, 이집도 딱히 기대를 가지고 먹은 건 아니고 왠지 모를 의무감 때문에 먹었는데. 정말 예상 밖으로 너무너무 맛있었다. 호떡이 다 거기서 거기지 생각할 법도 한데, 이상하게 너무 달지도 않고, 그렇다고 심심하지도 않은, 바삭한데 달달한 맛이 정말 좋았다. 호떡 자체가 기름기가 많아서 하나 먹으면 금세 질리는 편인데, 이 호떡은 집에 몇 개 사갈까 생각할 정도로 맛있었다. 치즈호떡은 먹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찹쌀호떡은 꼭 한 번 먹어보시길 추천한다.
3. 시장물가 체험
전통시장 자체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있을 거다. 요즘 시대에도 여전히 전통시장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당연히 들기도 한다. 특히 코스트코나 트레이더스가 전라도 지역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가 전통시장 상인들의 반발 때문이라는 기사를 볼 때면 더더욱 그렇다. '요즘 누가 전통시장 가냐' 하는 생각, '전통시장도 딱히 싸진 않던데' 하는 생각들이 얽히고 섥힌다.
그렇다면 과연 전통시장은 더 저렴하고, 남아 있을 만한 이유가 있는가? 필자의 한 번의 경험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전통시장의 물가는 저렴하고, 순창 같은 시골 지역에는 더더욱 필수적으로 남아 있어야만 한다.
정겨운 분위기, 풍경들은 기본이다. 나무를 태우는 냄새와 정겨운 풍경들이 조화를 이룬다. '시골냄새'라고 생각하는 이 냄새와 분위기가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전통시장의 매력을 다 설명할 수 없다. 물가, 가격이 중요하니까.
필자 부부는 밑반찬을 비롯한 여러 장을 봤다. 밑반찬은 어디서 사본 적이 없어서 저렴하다고 이야기하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체감 상 저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봉지, 한 통 기준으로 5천 원씩 판매를 하는데 통에 판매하는 반찬의 경우 정량으로 판매를 하지만, 봉지에 판매하는 경우 정량보다 더 많이 넣어서 주시기도 하고, 다른 반찬도 먹어보라고 한 팩 얹어주시기도 하셨다. 시골의 정이라는 표현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고, 그런 것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경험하면 '그래도 시골은 정이 있다니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알배추를 구매하면서도 저렴하다는 생각을 했다. 알배추 6통에 만 원, 3통에 오천 원. 하나로마트에서 한 통 구매하려 치면 2-3천 원이 붙어 있는 가격대를 보곤 했기 때문에 3통 5천 원이라는 가격이 매우 저렴하게 느껴졌다.
여담이지만 가격이 얼마나고 여쭐 때 할머님께서 "만 원"이라고 하시길래 기겁했었다. 한 통에 만 원?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닌데. 할머님께 "너무 비싼 것 같네요" 웃으며 말씀드렸더니 "뭐가 비싸~!" 하면서 말씀하시길래 내심 놀라 만 원이냐고 반문했는데 "여섯 통 만 원이 비싸?!" 하시길래 납득을 했다. 하도 말이 빠르셔서 앞에 "6통"이라는 말을 놓쳤던 것.
정육을 구매하면서는 또 그렇게 저렴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인터넷으로도 고기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이 많다보니 가격적으로 엄청 이점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품질을 생각하면 또 역시 시장이 신선하다는 이점이 있으니 인터넷 배송보다야 매력적인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역시나 여러 마트들 안에 들어 있는 정육점에 비하자면 당연히 더 저렴한 것도 사실이다.
마치며
이상하게 재밌는 경험이었다. 내가 사는 동네, 지역이라 딱히 여행하는 느낌도 없고, 이제 모든 것이 평범하고 식상하게 느껴질 만한 시기인데 이렇게 재밌다니. 재밌을 게 딱히 뭐가 있다고 재밌단 말이냐. 그런데 재밌는 게 사실이었다. 장 보러 가는 게 항상 피곤하고 의무적으로 감당하는 일이었는데, 5일장에서 돌아다닌 시간이 퍽 새롭고 즐거웠다. 아마 이런 전통시장을 내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는 장소로 방문해본 것이 처음이어서이지 않을까.
순창에 온다면, 특히 1과 6이 들어간 날에 방문한다면 순창 5일장에 방문해보시길 추천한다. 특히 자녀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더더욱 점차 교과서에서만 듣게 될 "전통시장"이 어떤 곳인지 피부로 경험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거니까. 또한 어른들에게는 옛 향수를 느끼고, 정겨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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