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접점키보드에 입문하다.
필자는 한 주에 타이핑을 하는 양이 상당히 많은 사람이다. 매주 A4 8페이지 분량의 원고를 작성해야 하고, 블로그 글을 몇 개씩 작성을 하는 편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사람에 비해서 타이핑 양이 굉장히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 타이핑이 빠른 편이라서 크게 부담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대신 키보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맥북 키보드로도 잘 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빠른 효율성과 타이핑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 매번 키크론 K6 블루투스 키보드를 따로 들고 다니며 작업을 했었다. 별도의 기계식 키보드를 들고 다니냐 아니냐에 따라 많은 능률 차이가 있었던 게 사실.
그런 필자의 눈에 한성 무접점키보드 GK888B가 들어왔다. 손가락 압력이 강하고 타이핑을 와다다다 하는 편이라서 기계식 키보드의 기본적인 찰칵거림에 더해 굉장한 소음을 만들던 필자에게 저 보글보글거리는 타이핑 소리가 너무 신기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거든. 이전에 기숙사에서도 - 친한 친구들과 살았다 - 기계식 키보드로 고막테러를 하던 입장에서 기계식 키보드의 소리가 거슬리던 게 사실인데 내가 쳐도 저 보글거리는 소리가 날까 하는 기대감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한성 무접점키보드 GK888B를 구매했다.
특히 필자는 이 키보드를 구매하자마자 소위 말하는 노뿌 풀윤활을 하였는데, 작업과정에서 버튼 하나를 날려버리는 결과를 마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풀윤활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데, 이 키보드의 장점은 무엇이고 풀윤활을 왜 해야 하는지 소개해보려고 한다.
- 배송과 패키징
- 한성 무접점키보드 GK888B를 구매한 이유
- 가격
- 디자인과 배열
- 보글보글소리
- 내구성과 완성도
- 똥손의 한성 무접점키보드 풀윤활
- 단점도 써야 공정하지
배송과 패키징
뻔한 개봉기처럼 보일까봐 쓸까 말까 하다가 만족한 부분과 실망한 부분이 고루 있어서 작성을 하고 가려고 한다. 일단 배송 부분을 칭찬해주고 싶다. 한성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를 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주문한 사람과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전제했으면 좋겠다.
택배는 일양로지스를 통해서 받게 됐는데 포장이 아주 꼼꼼하게 돼 있었다. 에어캡으로 빵빵하게 포장이 돼서 절대 파손될 수 없겠구나 생각할 정도였다. 키보드가 생각보다 약한 물건이기 때문에 택배로 배송 받는 과정에서 파손이 있으면 어쩌나 약간 걱정도 됐는데, 받아보고 너무 만족스러웠다.
실망한 부분도 있었는데, 패키징 자체가 저렴해보인다는 것. 겉보기에는 그래도 꽤 퀄리티 있는 박스처럼 보이지만 애플 박스처럼 사이즈나 유격이 제대로 맞게 설계되지 않아서 모든 부분들이 떠 있다. 키보드를 빼고 나머지 부품들을 넣은 채로 박스를 닫았더니 벌어진 틈 사이로 부품들이 새어나오는 정도의 유격이 있다. 필자가 알기로는 한성 무접점키보드가 많이 팔린 것으로 아는데, 이렇게 잘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됐다면 패키징에 조금 더 정성을 기울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무무 GK888B를 선택한 이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무접점키보드 중에서는 가격대가 10만 원 안쪽이라는 것. 무접점키보드로 유명한 패키해킹, 레오폴드 같은 키보드들은 최소 30만 원 이상부터 시작한다. 무접점키보드를 사용해보지 않은 입장에서 한 번에 30만 원이 넘는 키보드를 구매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요즘은 키보드를 쳐볼 수 있는 매장들도 많이 사라지고 있고, 더더구나 시골에서 살고 있는 필자에게는 체험해보고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 때문에 적절한 가격대로 입문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한무무(한성 무선 무접점키보드)는 10만 원대로 적절한 가격을 구성하고 있다.
둘째, 디자인과 배열이 매력적이라는 것. 디자인을 보면 옛날 컴퓨터실에서 보던 키보드가 떠오른다. 어떻게 보면 너무 옛날 디자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묘하게 옛 감성을 건드린달까? 특히 저 회색키캡은 어떻게 보면 구리지만, 어떻게 보면 또 매력적인 느낌이거든. 그리고 흰색 키캡도 완전 흰색이라기보다는 약간의 아이보리 느낌이 나서 조화가 잘 되는 느낌이 있다. 배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하는데, 한무무에도 여러 가지 배열의 제품들이 있는데, 기존에 쓰던 키크론 K6는 완전 경박단소하여서 F1부터 F12까지의 버튼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키보드였다. 막상 사용해보면 큰 불편함은 아니지만, 꼭 사용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었기 때문에 해당 키들이 별도로 존재했으면 했는데 GK888B는 경박단소하면서도 딱 F키들이 들어 있어서 매력적인 배열이었다.
셋째, 노뿌 무접점키보드가 가진 "보글보글"거리는 타건소리. 후술하겠지만, 풀윤활을 한 것도 이 보글거림을 배가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꼭 윤활을 하지 않아도 특유의 보글보글거리는 소리가 나는데, 기계식 키보드가 "착착착" 하는 소리가 나는 것과는 매우 다른 고요하면서도 보글보글하는 소리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넷째, 그래도 나은 내구성과 완성도. 10만 원대 가격에서 비교군이 두어 개 정도가 있다. 엡코, COX, 한성이 격렬하게 비교군에 들어가는데 엡코도, COX도 여러 가지 이슈들이 있다. 키캡 퀄리티부터 시작해서 특정 버튼이 입력이 안 되는 경우까지. 소소한 문제부터 심각한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들이 있었던 것에 비해 한성은 그나마 이슈들이 많지 않아서 내구성과 완성도에 있어 보다 나은 점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똥손의 한성 무접점키보드 풀윤활 작업
한성 무접점키보드 GK888B를 배송받은 후 블루투스 연결이 잘 되는지 점검해보고, 정상작동하는 것을 확인한 직후 풀윤활작업을 시작했다. 상술했지만, 무접점키보드의 보글보글 하는 타건감을 배가시키는 게 바로 풀윤활 작업이다. 한성 무접점키보드는 고질적으로 스테빌라이저의 소음도 있다고 하니, 이 부분도 보강할 겸 키보드 전체를 뜯어서 윤활작업을 했다.
풀윤활에 필요했던 재료들. 흡음을 위한 신슐레이터(까먹고 못 넣음), 키보드 윤활을 위한 크라이톡스 105, 스테빌라이저 윤활을 위한 슈퍼루브 구리스, 다이소 핀셋, 다이소 붓 정도가 필요했다. 흡음재를 못 넣은 게 미스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정도 도구면 충분하게 풀윤활을 할 수 있다. 아, 키보드를 열기 위한 안 쓰는 카드 한 장도 필요하다. 카드 낭비가 싫다면 플라스틱 헤라 같은 도구를 별도로 준비하자.
일단 분해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었다. 하우징을 벗겨내는 데에 엄청난 에너지가 드는데, 플라스틱이 부러질까봐 마음졸이며 분해를 했다. 다른 작업들은 시간이 오래 걸려서 힘들었다면, 하우징을 벗겨내는 첫 단계는 힘들어서 다시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일단 스테빌라이저들을 다 분해해서 슈퍼루브 구리스를 발라줬다. 한성 측에서도 스테빌라이저 소음이 심하다는 리뷰들을 많이 참고했는지 이미 많은 구리스가 발라져 있었다. 스테빌라이저 사이를 뚫고 나올 정도로 많은 양들이. 그래도 아랑곳 않고 스테빌라이저를 전부 분해해서 하나하나 구리스를 듬뿍듬뿍 발라줬다.
스테빌라이저는 분해할 줄만 안다면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분해 자체가 조금 생소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한 번 해본 바 스테빌라이저 윤활은 언제든지 다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다만 스프링 윤활이 너무 힘들었다. 이 과정에서 스프링 하나를 날려먹었고, 그 말인즉슨 키보드 버튼 하나를 날려먹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흰 봉지에 스프링들을 다 넣고 크라이톡스 105를 넣어서 흔들었는데, 안에서 스프링들이 얽혀서 풀어내는 데 시간이 정말 많이 들었고, 그 중에서도 얽히고 섥혀 풀리지 않는 스프링 하나와 씨름하다가 힘으로 땡기는 과정에서 스프링 하나가 늘어나버렸다. 어떻게 살려보려고 했지만, 결국 살아나지 않아서 대충 망가진 채로 가장 안 쓸 것 같은 키인 page up 버튼에다 넣었는데, 결국 살아나지 못하고 작동을 하지 않는다. 어차피 뭐 많이 사용하는 버튼은 아니니까, 풀윤활을 처음한 댓가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초심자여서 그랬는지 거의 2시간 정도 소요가 됐는데, 다시 한다고 해도 비슷하게 걸릴 것 같다. 일단 모든 버튼들을 다 윤활해서 다시 끼워 넣는 과정 자체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으니까.
그래서 윤활을 한 보람이 있냐고? 정말 정말 노뿌 무접점키보드를 구매한다면 꼭 윤활을 하시라고 추천할 정도로 보람이 있다. 키보드에서 이런 보글거리는 소리가 날 수 있다니. 손가락 압력이 강한 편인데도 탁탁탁 소리가 안 나고 보글보글 하는 소리만 난다. 정말 말 그대로 "보글 보글" 하는 소리다. 키보드에서도 이런 소리가 날 수 있구나 경험해보니 다시 기계식키보드를 사용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소리가 궁금하시다면 유튜브에 검색해보시라.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풀윤활한 한성 무접점키보드 타건 소리를 ASMR로 만들어 놓았으니.
하루 써보고 발견한 단점
누가 공정하게 쓰라고 칼 들고 협박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괜히 공정하게 써야 할 것 같거든. 그래서 기록해보는 단점. 딱 하루 쓴 건데 명확하게 경험한 단점 하나가 있다. 바로 블루투스 페어링. 보통 필자는 맥북과 아이폰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활용한다. 보통 멀티페어링이 되기 때문에 1번에 맥북, 2번에 아이폰을 연결하는 식이다. 이전에 쓰던 키크론 K6는 정말 그 전환이 빠르고 명확해서 필요할 때 필요한 기기에 연결해서 사용을 했었다. 한성 무접점키보드 역시 멀티페어링을 지원하기 때문에 동일한 기대감을 가지고 연결을 해봤는데, 핸드폰에 연결한 2번 페어링이 1번 페어링으로 전환이 안 되는 거다. 2번에 핸드폰을 연결해서 쓰다가 1번으로 전환을 하려고 하면, 1번에서 다시 맥북 블루투스 연결을 확인하고 점검해야 한다. 시간이 드는 게 아니라, 자동연결이 안 되고 계속 깜빡이기만 하는 것. 한 번 이런 버퍼를 경험하니 그냥 맥북에만 연결해서 써야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외에는 크게 느껴지는 단점은 없다. 뭐 오늘 하루 쓴 거니까. 그럼에도 대략 오늘 하루만 해도 회의 녹취를 하느라 공백제외 2만 자 이상 타이핑을 해보면서, 타이핑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키 씹힘 같은 문제도 전혀 없고, 키보드의 높이도 적당한 것 같다. 블루투스 문제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맥북에만 잘 연결해서 쓴다면 매우 잘 활용할 키보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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