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 소니가 잘했지
늘 혁신적인 시장을 잡아내는 소니.
A7이 출시됐을 때 '미러리스에 풀프레임이 들어간다고?'라는 충격을 받았던 것이 생생하다. 지금이야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이 엄청나게 넓어졌지만, 소니의 a7이 얼마나 혁신적인 개발이었고 출시였는지 캐논이나 니콘은 그 뒤를 따라가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실제로 A7M2까지 소니의 독주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A7에 고화질 라인인 A7R을 출시하고, 동영상 전용으로 A7S를 출시했다. 사람들의 니즈를 제대로 꿰뚫었고, 세 라인 모두 엄청나게 팔렸다. 2세대 역시 출시될 때마다 완판이었다. 왜? 대체재가 없었거든.
캐논은 겨우겨우 EOS R과 EOS RP를 출시했지만 그마저도 초기 노이즈 처리 소프트웨어 결함과 상대적으로 뒤쳐지는 AF성능 등 A7M3과 비교했을 때 밀리는 것들이 태반이었다.
굳이 나처럼 EOS R을 선택한 사람은 '그래도 사진은 캐논이지' 하는 생각과 동시에 '캐논은 렌즈 깎는 장인이니까 렌즈 라인업으로 금세 압도할 거야' 하는 생각이 있기에 그런 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렌즈 라인업도 어느 정도 완성됐고 고가 라인업인 G/GM 렌즈들의 성능도 괜찮으며, 초월적으로 보이는 AF 성능 등 풀프레임 미러리스에서는 선두주자인 소니를 구매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역시도 누군가가 카메라 추천을 해달라고 하면 무조건 소니를 추천했다. 그냥 그게 편했다. 굳이 다른 비교군을 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압도적이었으니까.
그저 소니의 QC와 렌즈 제품 품질의 문제, 왠지 모를 사진의 무미건조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캐논을 한 번 언급하는 정도였을까?

나는 카메라를 여러 번 구매했었지만 신제품을 큰 비용을 들여 박스를 깠던 건 두 번이 있다. 하나는 니콘 D750을 깠던 때랑, 다른 하나는 캐논 EOS R을 깠을 때. 물론 소니와 기껏 다 비교해놓고 결국 니콘과 캐논을 결정했지만, 매번 구매할 때마다 소니의 제품들은 정말이지 강력한 비교군이 됐고 끝까지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냥 내가 소니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어서 마지막 순간에 다 비선된 것들이지만, 이렇게 매 순간 고민하게 했던 것 자체로도 얼마나 좋은 제품들이었는지를 방증하는 것 같다.
타사의 추격 | 또 다른 틈새시장 A7c
독주가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캐논이 내놓은 EOS R5와 R6는 성능 면에서 이제 크게 까일 일 없이, 조작감과 기타 성능들을 다 보완해서 출시가 됐거든. 그래서 이제 무조건 소니 추천이라기보다는 하이엔드를 고민하고 사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캐논을 꽤나 많이 권유해볼 수 있는 여건이 됐다는 거다.
그런데 이게 웬걸, 소니에서 또 다른 틈새시장을 노린 제품을 출시했다. 그게 바로 오늘 포스팅의 주제인 A7C다.
사실 완전한 틈새시장이라 하기엔 어려움이 있긴 하다. 캐논 EOS RP가 그런 개념으로 출시된 카메라니까. R보다는 가벼우면서도 사진과 영상 쪽에서 좋은 품질을 얻어낼 수 있는 같은 풀프레임 바디. 그래서 EOS RP도 엄청 팔린 걸로 안다.
실제 성능을 비교해보면 RP가 일찍 출시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성능적으로 유리한 부분들이 있다.
★ 캐논 EOS RP가 소니 A7c보다 좋은 점
1. 무게: 먼저 더 가볍다. 띠용. 소니가 엄청나게 경량화된 제품이라고 강조하지만 A7c(509g)보다 EOS RP(485g)가 더 가볍다.
2. 센서 화소: RP는 26.2MP이고 A7c는 24MP
3. LCD 성능: RP가 LCD 화질이 더 좋다. 1040k인 반면 A7c는 922k. 소니의 LCD 성능은 안 좋기로 유명하기에 캐논이 우세한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게다가 RP도 스위블 다 가능하다는!
사실 무게 비교에서 이미 틈새시장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소니코리아 공홈에서도 A7C를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벼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광고하고 있는데, 거기에 첨언된 각주를 보면 이렇다.

후술할 것이지만 EOS RP는 바디 내 손떨림방지 기능이 없거든. 그래서 A7c가 가장 작고 가벼운 카메라라고 광고한다는 거다. RP 출시된 지가 언젠데 센서며 무게며 다 이렇게 차이가 나냐 이말이야. 굳이 A7c가 땡길 이유라고는 신제품인 것밖에 없나?
그럼에도 내게 소니 A7C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
1. 브이로그 및 영상에 보다 적절하다
캐논 EOS RP가 전적으로 밀리는 부분이 있다. 손떨방이다. 바디 손떨방이 없다. 반면 소니 A7C는 바디 5축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있다. 이게 얼마나 큰데.
결국 RP는 일반 렌즈로 핸드헬드 촬영 자체가 불가능하고, 기껏해야 IS 기능이 달린 렌즈를 써야 함에도 여전히 핸드헬드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나 역시 EOS R에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있는 RF 35mm F1.8을 사용해 핸드헬드 촬영을 해봤지만, 할 게 못 된다. 영상 품질 자체가 너무 구려지는?
반면 A7C는 자체 바디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있기 때문에 렌즈 선택에 있어 자유로움이 생긴다. 만약 24gm 같은 광각 단렌즈를 마운트해서 사용한다면 핸드헬드는 물론이고 셀피로 브이로그 촬영도 가능할 것 같다.
이전에 나였다면 이게 그렇게 큰 끌림을 줄 것 같지는 않은데, 지금은 아무래도 영상 촬영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으니. 손떨방과 가벼운 무게의 조화는 꼭 핸드헬드뿐 아니라 삼각대 마운트, 짐벌 마운트에도 유리하다 할 수 있다. 또한 동영상 촬영 시 사진과는 달리 계속해서 손에 들려 있어야 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길다. 사진이야 장노출이 아닌 이상 오랜 시간을 소요하지 않으며, 장노출마저도 삼각대에 올려 찍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A7c의 틈새시장 공격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세계에서 가장 가볍다라는, 각주를 달며 하는 마케팅을 비판적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실제 바디 내 손떨림 방지 기능을 넣는 것은 무게에도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만약 20g의 무게 차이로 손떨림 방지 기능을 넣냐 마냐를 고민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조건 넣는 쪽을 선택하지 않을까?
2. 작은 카메라가 만들어주는 일상의 사진들
개인적으로 작은 카메라를 좋아한다. 외장하드 폴더를 뒤져보면 이런 폴더들이 나온다.




내가 사용했던 카메라들. 사실 D750을 제외하면 마이크로포서드거나 크롭바디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볍고 컴팩트하기로 유명한 Ricoh GR과 후지필름 X100t도 있다.
내 기억에 남는 사진들 중 대부분은 저런 카메라에서 나왔다. 매일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카메라. 별 것 아니지만 그냥 마침 가방에 카메라가 있어 담았는데 볼 때마다 괜히 마음이 좋은 사진들 말이다.



매일 카메라를 들어야만 나오는 사진들이기에, 나는 이런 작은 카메라들을 정말 정말 좋아하고 추천한다. 사실 사진이 작품을 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일상을 기록하기 위한 목적도 있거든.
그런 면에서 a7c에 24GM이나 하나 마운트해서 가방에 툭 던져놓고 다니면 사진이나 영상이나 여러 소스들을 찍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
결론
왜 매번 결론을 내려고 하는지 포스팅을 쓰면서도 항상 의아하지만, 어쨌든 나름대로 결론을 맺어본다.
풀프레임에 손떨림방지가 들어 있고, 4k 촬영 시간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미러리스 선두주자인 소니의 제품 A7c. 영상 촬영과 사진을 동시에 잡으며, 일상적인 사진을 기록하기 위해 항상 들고 다닐 수 있는 카메라를 찾는다면 이만한 제품이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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