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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국내 여행 에세이

후지필름 X-T5 |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전시 관람, 남원 카페 미안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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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에서 손꼽을 만한 건축물

생각보다 전라도에서는 건축물 사진을 담을 만한 곳이 없다. 최근 후지필름 X-T5를 새로 구매하면서 카메라를 테스트해볼 필요성을 느끼기도 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 그 필요성을 실행에 옮길 만한 여건이 되어 출사지 조사를 하는데 정말 갈 데가 없다. 자연을 담을 곳은 많다. 내장산이나 지리산이 있고, 순천만 같은 곳도 2시간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인근 지역에서 나름대로 특색 있고 건축물로서의 매력을 느낄 만한 곳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적어도 내가 조사했을 때는 그랬다. 

 

그러던 중 남원에 미술관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이 근처에 아내와 가본 적이 있는데 월요일 휴관이기도 하고 미술관의 존재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방문해보지 못했는데, 건축물 자체가 매력적인 공간이라 사진으로 담을 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남원은 순창에서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니 휴무를 맞아 혼자 카메라를 들고 다녀오기로 했다. 

 

 

건축물 자체의 매력

건물 참 매력있더라. 구름이 좀 있는 날이었지만 해가 떠 있어 반영을 담을 수 있었다. 건물의 구조 자체도 직선과 직선이 연결되어 심플함으로부터 오는 매력을 느낄 수 있는데, 거기에 더해 반영이라는 사진적 요소를 더할 수도 있으니 사진으로 남기는 데 퍽 재미를 느낄 만한 공간이다. 

 

다만 저기 있는 저 곰 풍선은 왜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광한루에 갔을 때에도 인근 카페에 저 곰 풍선이 있었는데, 한옥 컨셉의 카페 옆에 있다보니 묘하게 생기는 부조화가 매력적이라고 느끼기도 했었다. (혹시 남원 여행할 만한 장소에 대해 궁금한 분들이 계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시라) 그런데 왜 미술관에까지 저 곰 풍선이 설치돼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됐고, 김병종 선생님의 전시를 보고 나서는 더더욱 이해가 안됐다. 김병종 선생님이 말하려는 것과 전혀 매치가 될 수 없는 소재인데. 

 

 

https://ttahoon.tistory.com/entry/%EB%82%A8%EC%9B%90%EA%B4%91%ED%95%9C%EB%A3%A8%EC%B9%B4%ED%8E%98%EC%98%88%EB%A3%A8%EC%9B%90

 

남원 광한루와 카페 예루원 - 사진 사용 요청만 여러 번 받은 포토스팟

남원에도 포토스팟이 있다. 사진을 취미로 한 지 10년이 지나가는 시점에 돌아보자면, 사진을 취미로 한 후로부터 걷는 것, 여행하는 것,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즐거워하게 됐다. 특히 여행을 떠

ttahoon.tistory.com

 

 

아무튼 다시 건물 자체로 돌아와서, 건축은 잘 모르지만 외관을 구성하고 있는 콘크리트 같은 소재가 건물의 직선과 단순함과 조화를 이루어 매력을 배가시키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뭐랄까, 가꾸지 않았는데 그 단순함이 매력적이랄까. 

 

 

 

 

반영으로 담는 것도 매력적이고 건물 그 자체로 타이트하게 담아내는 것도 매력적이다. 

 

 

 

 

또 이렇게 햇빛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아크로스의 매력을 느껴볼 수도 있다. 라이카의 경조흑백이 매력적이라고 하는데, 후지필름의 아크로스도 잘 사용하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흑백으로 보정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컬러 사진의 색감을 잡는 것만큼이나 흑백의 계조를 조정하는 것도 어렵다고 느껴진다. 흑백이 절대 단순하고 쉬운 사진이 아닌데, 너무 흑백을 간단하게 생각하고 대충 흑백으로 담아내는 사진들을 볼 때면 아쉬움이 생긴다. 

 

 

김병종 선생님의 작품 전시, 바보예수.

사실 건물에만 초점을 두고 방문한 거라 어떤 내용의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평소 전시 관람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미술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보니 좋은 전시를 봐도 내용이나 가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편이라 알고 갔어도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지만.

 

그런데 22년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전시의 제목이 "바보예수"였다. 80년대 군사정권의 독재 아래에서 저항하던 대학생들을 지도하던 교수가 '이런 시대에 예수님은 어떻게 행하실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 떠오르는 인상을 끌어모아 작업실에서 쏟아낸 작품들이 "바보예수" 작품들이라고. 

 

사실 작품 자체만을 보면 이게 미술적으로 어떤 가치가 있는지 여전히 모른다. 본 전시 역시 그랬다. 내가 뭘 알겠나. 왜 골판지에 작업을 하셨을까, 이렇게 그려낸 작품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 걸까, 어떤 의미가 있는 작업일까. 나는 하나도 모른다. 

 

그러나 작품 그 이면에 들어 있는 신앙적 고민에 대해서는 매우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기독교인으로서, 또 목사로서 예수님이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병들며, 압제당하고 아파하는 이들을 보실 때 어떻게 말씀하실까에 대한 고민을 항상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작가가 가진 고민과 나름대로 작품으로 풀어낸 해답들에 공감이 됐다. 

 

개인적으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미술 작품을 보고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 나름대로 발견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는 경험은. 

 

 

 

 

 

개인적으로 기독교인이라면, 또한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정의와 공정에 대한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기독교적 작품만 있는 건 아니었다. 물과 자유에 대한 작품들도 2층에서 전시되고 있었는데, 작가가 갈망하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있었다. 1층에서 보여주는 바보 예수 작품들이 약간의 침체된 분위기를 제공한다면, 2층에서의 전시는 보다 밝고 명랑한 느낌을 준다. 

 

 

 

 

또 작가의 작업실 풍경, 사용했던 도구들, 예술가로서 고민했던 기록장, 교수로서 강의했던 강의안도 전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작가에 대한 이해를 보다 넓힐 수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 특히 작가의 작업노트들을 보면 얼마나 치열하고 성실하게, 또 인문학적으로 고민했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한편에는 이렇게 바깥을 보며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공간의 낭비라고 볼 수도 있지만, 보고 들은 것을 온전히 담아내고 묵상하고 고찰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주는 장소가 주는 가치도 분명히 있다. 햇빛을 받은 물결이 뿜어내는 잔상이 이 공간 천장에 드러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마음이 꽤나 평온해진다. 

 

 

미술관 옆 미안커피

전시 관람을 마치고 엽서 3장을 구매해서 옆 카페로 갔다. 이름이 미안커피라나. 사실 이름이 뭔지, 메뉴가 뭐가 있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 아쉬워 커피 한 잔 마실 요량을 방문한 카페였다. 그런데 커피 맛이 생각보다 좋아서 놀랐던 카페이기도 하고. 

 

 

 

 

혼자 가기도 했고 실내 공간의 온도가 좀 따듯한 편이라 밖에서 커피를 마셨다. 야외 테이블도 여러 개 있어 햇빛을 맞으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실내 공간 사진은 없지만 잘 꾸며져 있고, 그 안에도 여러 책들과 작품들이 비치돼 있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미술관까지 방문해 전시를 관람하는 분들에게는 영감을 줄 만한 공간일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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