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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카메라, 렌즈

후지필름 xf16-55 렌즈 구매후기와 x100v 판매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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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필름 xf16-55mm f2.8
후지필름 xf16-55mm f2.8

새로운 렌즈 xf16-55mm 구매

단렌즈를 애용하는 취미사진가로서 줌렌즈에 영 매력을 못 느껴왔다. 어쩔 수 없이 행사사진 같은 긴박한 촬영에 줌렌즈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여러 렌즈를 단렌즈로 다 구비하는 게 예산 상으로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줌렌즈가 효율적인 것도 사실이지만, 뭐랄까 줌렌즈로 찍으면 항상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았달까. 단렌즈가 고정화각으로 발줌을 필요로 하기에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최대개방 조리개로 아웃포커싱하며 찍은 사진이 주는 그 만족감을 경험하자니, 화질도 떨어지고 심도도 깊은 줌렌즈가 주는 매력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밖에. 그래서 필자는 후지필름으로 이사를 하며 단렌즈 세 개 구성을 맞췄다. xf18mm f1.4 / xf33mm f1.4 / xf56mm f1.2 이렇게 세 개. 웬만해서 못 찍을 게 없는 구성이다. 

 

그런 단렌즈 성애자가 최근 xf16-55mm F2.8 렌즈를 구매했다. 소위 계륵이라 불리는, 아주 보편적이면서도 손이 잘 안 가는 화각이라 불리는 2470 표준줌렌즈를 구매한 셈. 차라리 망원이었다면 줌렌즈 구매가 이해가 될 여지가 많겠지만, 굳이 필자가 표준줌을 구매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이 렌즈 구매가 불어오는 기변욕구는 무엇인가. 오랜만에 마치 장비병 환자가 된 것처럼 간단한 글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1. 후지필름 XF16-55mm F2.8 줌렌즈를 구매한 이유 두 가지
    1. 편리성
    2. 가족
  2. 후지필름 XF16-55 렌즈의 간단한 성능 후기
  3. 줌렌즈 구매가 후지필름 X100V 판매고민에 영향을 끼친 이유

 

 

후지필름 xf16-55mm f2.8
후지필름 xf16-55mm f2.8

1. 후지필름 XF16-55mm F2.8 R LM WR 렌즈를 구매한 이유

사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단렌즈 조합으로 못 찍을 건 거의 없다. 35mm 풀프레임 환산을 하면 28mm / 50mm / 85mm를 구성하고 있고, 심지어 여기에 후지필름 X100V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35mm도 커버가 된다. 스마트폰 화각과 비슷한 28mm, 카페렌즈로 유명한 35mm, 사람 눈으로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는 50mm, 여친렌즈로 유명한 85mm가 있으니 뭘 못 찍겠는가. 

 

 

 

후지필름 xf16-55mm f2.8
후지필름 xf16-55mm f2.8

그럼에도 필자가 줌렌즈를, 그것도 100만 원이 넘는 줌렌즈를 새로 구비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편리성이다. 최근 일본여행을 다녀오면서, 단렌즈를 계속 바꿔서 마운트하는 것이 굉장히 번거롭게 느껴졌다. 본래 여행을 다니면서 여러 렌즈들을 바꿔가며 촬영했던지라 그 행위 자체가 낯선 건 아닌데 '이 순간에는 85mm로 찍어야 하는데'라는 생각과 '아 렌즈 바꾸기 귀찮다'라는 생각이 공존할 때 후자의 생각이 이긴 경우가 몇 번 생기다보니, 확실히 단렌즈를 교환해가며 사진촬영하는 것이 번거로운 일이라는 점을 직시하게 됐다. 

 

다만 여기서 '편리성'이라고 하면 이렇게 이해할 사람들이 많을 거다. '단렌즈 쓰면 내가 계속 돌아다니는, 소위 발줌을 해야 하는데 줌렌즈는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땡겨서 찍거나 넓혀서 찍을 수 있으니 편리하다는 거구나' 하고. 그러나 필자가 말하는 편리성은 단순히 그런 편리함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내가 이 상황에서 이 화각으로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화각을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편한 것. 그래서 줌렌즈를 사용해도 여전히 발줌은 한다. 단순히 내가 움직이냐 안 움직이냐의 편리성이 아니라, 필요 화각을 즉시 사용할 수 있는 편리성을 말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후지필름 xf16-55mm f2.8
후지필름 xf16-55mm f2.8

둘째, 가족이다. 필자의 피사체 평균을 내보면 80%는 아내고, 20%는 풍경이다. 보통 아내와 여행을 다니며 사진을 많이 남기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 특히 아내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익숙한, 찍히기를 기뻐하는 사람이고, 동시에 필자가 렌즈를 바꿀 때마다 천천히 기다리며 도움을 주는 사람이다. 취미사진가로서 뭐 대단한 사진을 남기겠다고 그렇게 애쓰냐 생각할 수도 있는데, 좋은 마음으로 기다려주고 도와주니, 단렌즈를 이렇게 저렇게 교환해가며 찍는 수고로움도 당당하게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내가 임신을 하고, 예정대로라면 올 해 출산을 하게 될 것이기에 상황이 바뀌었다. 주 피사체에 금세 뛰어다닐 아가들이 들어올 것이고, 이제 더 이상 아내의 기다림과 도움을 요청할 수 없게 될 것이 명확했다. 필요할 때, 순간을 놓치지 않고, 원하는 화각대로 촬영할 수 있는 줌렌즈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기니, 줌렌즈 구매를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후지필름 xf16-55mm f2.8
후지필름 xf16-55mm f2.8

2. 후지필름 xf16-55렌즈의 간단 사용 후기

후지필름 xf16-55mm f2.8 렌즈를 수령한 지 많은 날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 작례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렌즈 이야기를 하는데 이 렌즈로 찍은 사진을 보여드리는 게 마땅할 것 같아 몇 장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이 날은 저녁 해가 지고 있는 때에, 동네 산책을 나가 사진을 툭툭 담았다. 

 

 

후지필름 xf16-55mm f2.8
후지필름 xf16-55mm f2.8

후지필름은 이 렌즈를 설명하면서 "전 구간 단레즈급 화질"을 뽑아내는 렌즈라고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검증하려면 날이 밝은 때에 단렌즈와 비교를 해봐야 하는데, 이 날은 해가 이미 진 저녁이라 광량이 충분하지 않아 노이즈의 문제가 있었다. 라이트룸 AI 노이즈 리덕션으로 사진 결과물은 살려낼 수 있지만, 화질 자체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이야기하는 데에는 적합한 작례들은 아니니, 대충 이 정도 분위기가 나온다고 생각하면서 보시면 되겠다. 

 

 

후지필름 xf16-55mm f2.8
후지필름 xf16-55mm f2.8

후지필름 XF18mm F1.4 렌즈를 사용할 때도 생각보다 화각이 넓어 광각 참 쓰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는데, 16mm는 그보다 더 넓은 것이 확 체감됐다. 광각으로 갈수록 1mm 차이가 굉장히 크게 느껴지는데, 18mm와 16mm는 확실히 큰 차이가 난다. 그리고 이 드라마틱한 광각은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고. 잘 쓰기 어렵지만, 잘 쓰면 그만큼 드라마틱할 수 없는 렌즈가 광각렌즈이니 이 렌즈의 16mm를 잘 사용해보면 좋겠다 싶다. 

 

 

후지필름 xf16-55mm f2.8
후지필름 xf16-55mm f2.8

마지막 작례. 줌렌즈였기 때문에 필요한 화각을 맞춰 구름 반영도 담을 수 있었다. 모든 상황에 대처가 된다는 것 - 망원을 제외하고 - 그 자체가 줌렌즈의 가장 큰 매력이다.

 

 

후지필름 x100v
후지필름 x100v

3. 줌렌즈 구매와 후지필름 X100V 판매가 무슨 상관인가?

후지필름 X100V는 아주 매력적인 카메라다. 똑딱이 카메라이면서 RF카메라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요즘 찾아보기 힘든 OVF 뷰파인더가 들어 있는 예쁜 카메라. 심지어 사진 결과물까지도 괜찮은 편이니 - 후지필름이 제공하는 필름 시뮬레이션이 큰 역할을 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 수요가 많은 카메라. 그런데 그 카메라가 줌렌즈 구매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후지필름 x100v
후지필름 x100v

후지필름 X100V를 판매할 고민을 하는 이유를 도식화해서 이야기하자면 간단한다. 줌렌즈를 구매했다 - 단렌즈의 사용 빈도가 낮아진다 - 이 단렌즈를 마운트해서 사용할 투바디가 필요하다 - 그러니 X100V를 판매하고 그 돈으로 다른 후지필름 렌즈교환식 바디를 구매하자. 간단하지 않은가? 

 

다만 문제는 X100V만큼 예쁜 카메라가 있냐는 거다. 후지필름에서 성능을 보고 사는 카메라가 T시리즈나 H시리즈라면, X100V는 사실 디자인 때문에 잘 팔리는 카메라거든. 필요성이 떨어져 이 카메라를 처분하는 건 좋은데, 분명 다시 생각날, 아른아른할 카메라인 게 사실이란 말이다. 그런데 또 그만큼 예쁜 카메라가 없는 것도 아니다. X-Pro시리즈. 현재 X-Pro3는 매우 애매한 기종이기는 하지만 - 불편하고 특이한 LCD, Pro4의 출시 등 - X100V만큼 예쁘고, 렌즈교환도 되는 카메라. 게다가 현재 중고가는 비슷한 수준이니 필자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X-Pro3가 더 적합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후지필름 x100v
후지필름 x100v으로 촬영

필자의 장비가 어떻게 변할지는 필자조차 모르겠다. 줌렌즈 구매 하나가 불러온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어쨌거나 분명한 건, 사진을 많이 남겨야 한다는 것이니 장비도 장비지만 더 많은, 좋은 사진들을 남겨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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