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1세대 카메라 x-pro1
후지필름에서 2012년 야심차게 출시한 1세대 미러리스 카메라 X-pro1. 개인적으로 이 디자인 때문에 후지필름이라는 브랜드를 알게 되고, 이 브랜드에 빠지게 됐을 정도로 매력적인 디자인이었다. 처음 사용해보았던 후지필름 카메라가 X-pro2였을 정도로, x-pro 라인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런 라인이었다. 지금은 x-pro3가 단종되고, 4세대가 언제 출시될지 유저들로 하여금 애태우게 만들고 있는데, 그런 시기에 필자는 x-pro1을 중고로 구매했다.
카메라는 전자기기다. 대부분의 전자기기가 그렇듯 최신제품이 가장 좋은 제품이다. 아직도 CCD 센서를 찾는 취미사진가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리 감성을 따져도 카메라는 최신 카메라가 가장 좋은 법. 필자 역시 후지필름의 가장 최신 바디인 X-T5를 보유하고 있고, 매우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그걸 아는데 왜 2012년에 출시된 x-pro1을 구매했을까. 중고가 37만 원. 렌즈는 공동구매 가격으로 대략 5만 원에 구매한 수동초점 중국렌즈.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대략 40만 원이 조금 넘는 중고카메라가 무슨 매력이 있다고 이 카메라를 구했는지 영 의아할 거다. 결론만 말하자면, 이 카메라 구성 꽤나 재밌고 매력적이다. 결과물에서, 찍는 과정에서 모두. 그 사용 후기를 간단하게 공유해보려고 일상 사진을 열심히 찍어봤다.
후지필름 X-pro1에 대하여
먼저 이 카메라의 외관과 기능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해보자. 대략 1,600만 화소. 최대 셔터스피드는 4,000. 최저감도가 200에서부터 시작하는, 감도 성능은 당연히 그리 좋지 않은 카메라. 그럼에도 RF카메라 디자인에 실제 사용할 수 있는 OVF가 들어 있어 매력적인 카메라.
당연히 모든 기능들이 '엄청' 느리다. 일단 카메라를 킬 때부터 느리다. 한 0.5초는 그냥 기다려줘야 한다. 당연히 자동으로 AF를 잡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최신 렌즈들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데, 속도가 빠르다는 LM 모터를 달고 있는 XF18mm F1.4 / XF33mm F1.4를 마운트해봐도 영 속도가 느리다. 물론 필자가 예상한 것보다는 빠른 속도인지라 놀라긴 했지만, 요즘 카메라와 비교하면 어떤 카메라에 비교해도 느리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리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뷰파인더 시도 조절 장치가 없다는 것. 이런 카메라는 진짜 처음 본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마다 시력이 다른데 시도 보정 장치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사실상 눈 나쁜 사람들은 EVF만 사용하라는 건데, 1세대 카메라가 이렇게 불친절했다는 게 놀랍다.
그럼에도 후지필름 X-pro1을 구매한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지필름 X-pro1을 구매한 이유가 뭘까. 아마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 계신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항이 아닐까. 필자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 카메라를 구매했는데, 하나는 사진을 찍는 재미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결과물 때문이었다.
카메라의 재미.
먼저 재미가 있다. 느리고 불편하다면서 웬 재미? 맞다. 상업촬영이든 순간을 잡아야 하는 취미사진이든, 기계적 성능이 좋을수록 순간포착을 잘 할 가능성이 커지고, 거기에서 느끼는 재미가 있다. '와 이런 순간을 다 잡네?', '와 우리 애의 순간순간을 다 잡았네?' 하는 재미들. 그러나 동시에 조금 느리고 불편하지만, 하나하나 내가 손으로 조작해서 촬영하고, 셔터가 내려갈 때 '철컹'하는 그 소리에 매력을 느끼는 때도 있다.
X-pro1 정말 느리다. 자동렌즈를 써도 느리다. 그래서 수동렌즈를 써도 손해보는 느낌이 아니다. 좀 느리고 불편하지만, 내 손으로 하나하나 초점을 맞추는 때에 느껴지는 옛 감성. 마치 필카를 쓰는 것 같은 그 느낌이 너무 매력적이고 재밌다. 또 pro1의 셔터소리는 어떤 카메라보다 묵직하고 매력적인 소리를 낸다.
중고 카메라여서 정도 잘 안 가고, 오래돼서 불편하니 손도 안 갈 법 한데 이상하게 계속 손에 들려 있다. 수동렌즈를 처음 써보니 굉장히 느려서 피사체를 오래 봐야 하니 눈도 아프지만, 그곳에서 느끼는 재미가 있다.
매일 들고 나가고 싶어 지는 카메라, 순간 순간을 계속 담고 싶어지는 카메라. 카메라를 사놓고도 장농에 처박아둘 때가 많은데, 이렇게 매일 카메라를 들고다니니 담게 되는 일상의 순간들이 많아져 만족감이 커진다.
결과물의 만족도
이상하게 Pro1으로 담은 사진들이 만족스럽다. 후지필름이 자랑하는 필름시뮬레이션 대부분을 적용할 수가 없는 카메라인데. 클래식크롬, 클래식네거티브 등 여러 시뮬레이션을 사용할 수가 없다. 편법으로 클네까지는 어떻게 써보겠지만, 기본적으로 성능이 딸리고 오래된 카메라니까. 그런데 1세대 센서의 무언가 특별함이 있다. 사람들이 "1세대, 1세대" 이야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결과물로 느끼게 된달까.
프로원을 쓰며 오히려 프로비아 무보정으로 결과물을 뽑아내는 순간들이 많아진다. 웬만해서 보정을 꼭 하는 편인데, 후지필름 x-pro1은 그냥 있는 그대로 뽑아내게 되고, 그 무언가 수수하고 담백함, 혹은 투명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역시나 프로비아 무보정. 다른 후지 카메라를 사용할 때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 조미료가 빠진 담백한 맛이 난다.
카메라를 논할 때는 결국 결과물이 가장 중요하다. 사진을 찍기 위한 도구니까. 카메라 자체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카메라는 결국 사진을 담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사실 당연한 말. 그런데 그 결과물이 이상하게 매력적이라는 게 신기하다는 거다. 40만 원짜리 카메라가 이렇게 매력적일 일이냐고.
그래서 필자는 pro1을 구해보시길 추천한다. 구하기 드릅게 힘들지만, 이 카메라가 가진 묘한 힘이 있다. 또 크게 비싼 카메라가 아니니 대충 던져놓고 아무 때나 찍을 수 있기도 하고. 행복은 센서순이라고들 하는데, 이렇든 저렇든 난 후지필름 추천할래.
'사진가 > 카메라, 렌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지테크 슬링백 10L - 취미사진 10년차의 카메라 가방 추천 (0) | 2023.09.01 |
---|---|
후지필름 유저의 리코 GR3 리뷰 - 왜 GR3인가? (0) | 2023.08.26 |
후지필름 xf16-55 렌즈 구매후기와 x100v 판매 고민 (1) | 2023.06.10 |
알리에서 고프로7 호환배터리 구매하기(70%의 확률) (0) | 2023.04.06 |
미러리스용 렉사 프로페셔널 SD카드 1667X 직구하기 (0) | 2023.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