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에 느끼는 양가감정.
취미사진가로서 눈 오는 날에는 두 가지 감정을 갖게 된다. 하나는 눈 내리는 예쁜 장면을 카메라로 담고 싶은 욕망이고, 다른 하나는 혹시 눈 때문에 내 카메라가 고장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단순히 이 감정 중에서 조금 더 치우는 대로 움직이기엔 잃게 되는 게 너무 커 - 카메라라는 장비가 얼마나 고가인가 - 결국 후자의 걱정에 갇혀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 정말 카메라는 눈 오는 날 가지고 나가면 안 될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후지필름 X-T5에는 방진방적 처리가 돼 있고, 이로 인해 눈/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촬영을 할 수 있다. 이 글에 올라가는 사진들은 모두 폭설이 내리던 날, 순창 용궐산 하늘길에 오르고 내리는 과정에서 담은 사진이다. 일단 이 사진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눈 오는 날 후지필름 X-T5를 들고 나가도 된다!'라는 주장이 납득할 만하지 않은가? 다만 단순히 '된다 안 된다' 정도로만 구분하기엔 몇 가지 고려할 점이 있기 때문에 아래의 순서대로 후지필름 X-T5(를 비롯한 다른 카메라)의 방진방적 성능에 대해 리뷰해보려고 한다.
- 방진방적에 대하여
- 주의할 점 - 결로, 렌즈교환, 메모리나 배터리 등 덮개 개방, 렌즈 성능
- 얻게 되는 사진들
1. 방진방적에 대하여
방진방적. 카메라가 습기나 먼지가 많은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처리해놓은 기술을 말한다. 주로 카메라 버튼들과 렌즈 마운트부분들 사이에 고무 실링을 꼼꼼하게 처리함으로써 웬만한 물기나 먼지는 카메라 내부에 침투할 수 없도록 만들어놓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주의할 것은 '방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요즘 핸드폰들이 대부분 방수 성능을 갖추고 출시된다. IPX라는 등급으로 설명이 되던데, 아이폰이든 갤럭시든 웬만한 물줄기에 핸드폰 던져놔도 멀쩡하게 작동하고, 필자는 핸드폰이 너무 더럽다 느껴지면 물에 씻곤 한다. 그렇게 방수 성능이 뛰어남에도 각 핸드폰 제조사들이 한결같이 작은 글씨로 첨언하는 게 뭐냐. 어떤 조건에서 몇 분 동안 방수 성능을 유지한다는 거다. 즉 한계가 있다는 것. 카메라의 방진방적도 그렇다. 일단 방수 자체도 아니다. 물에 넣으면 반드시 망가진다. 다만 어느 정도의 물기와 먼지에 대응할 수 있는 기능이고, 이 기술이 점차 좋아져 강우, 폭설, 사막에서도 일정 기간 사용해도 충분히 기능을 발휘한다는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때문에 필자가 미리 밝히는 것은, 이 글을 통해 '후지필름 x-t5 눈, 비 오는 날 들고 나가도 됩니다!'라고 밝히는 것이 몇 시간, 기상환경을 통해 마주하게 되는 눈/비 정도의 상황 하에서 정상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지, 카메라가 담길 정도로 하루 종일 사용했을 때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튼 방진방적 성능이 있기 때문에 필자는 눈 내리는 날 카메라를 무조건 들고 나가려고 하는 편이다. 특히 플래시를 활용하면 이렇게 눈송이가 송글송글 보이는 사진들을 담을 수 있어서 재밌는 사진들을 건질 수 있다. 그리고 일단 눈 오는 날은 괜히 설레니까.
잠깐 집 앞에서 찍는 사진이 아니라 산행을 하면서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후지필름 X-T5의 방진방습 성능은 탁월하다. 옛날 올림푸스가 방진방적 성능에 있어 압도적으로 탁월할 때가 있었는데, 유튜브 상에서 올림푸스 바디에 물을 호스로 뿌린 후에 사용하는 영상들이 많이 있었다. 내 카메라가 아니면 후지필름도 그 정도의 상황에서 버틸까 실험해보고 싶지만, 내 카메라는 소중하니까. 아무튼 필자가 말하고 싶은 건, 눈 오는 날과 비 오는 날 충분히 들고 나가서 원하는 사진을 담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바로 아래 기록하는 2. 주의할 점을 반드시 읽어보시기 바란다.
2. 주의할 점
카메라 사용 전/중/후로 구분해 주의할 점을 간단하게 말씀드리려고 한다.
카메라 사용 전에 주의해야 할 점은, 카메라뿐 아니라 렌즈도 방진방적 성능을 갖추고 있는지를 점검해보는 것이다. 렌즈일체형 카메라 중에서 방진방적을 지원하는 라이카 Q2 같은 카메라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 렌즈를 바디로부터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제조사가 '방진방적' 성능을 갖추고 있다고 하면 카메라와 렌즈를 포함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렌즈교환식 카메라는 다르다. 후지필름의 경우 렌즈명에 WR이라는 표현이 달려 있는 렌즈들이 있다. weather resistant의 축약일 텐데, WR이 달려 있는 렌즈들은 카메라처럼 렌즈 내부에도 고무실링처리가 돼 있어서 웬만한 기상상황 속에서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렌즈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후지필름 마운트로 나오는 녹턴 같은 수동렌즈들은 방진방적이 불가능한데, 바디 성능만 믿고 들고 나가면 렌즈가 고장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단순히 렌즈가 작동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내부로 물기가 들어가면 곰팡이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결과물에 직접적 영향이 없더라도 매우 찜찜한 마음을 갖게 된다. 때문에 반드시 내가 사용하는 렌즈가 방진방적을 지원하는지 살펴보자.
카메라 사용 중에 주의해야 할 점으로는 덮개 개방과 렌즈 교환 정도가 있겠다. 방진방적을 지원한다고 해서 눈 비 오는 날 렌즈를 빼버리거나 메모리카드 덮개, 배터리 덮개를 열어버리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모든 것을 닫은 상태로 방진방적이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부 덮개를 열어버리면 그 부분에 습기가 침투할 수 있다.
필자 역시 용궐산 하늘길을 오를 때 렌즈 두 개를 들고 갔지만 폭설이 내리는 상황에서 렌즈 마운트를 교체할 수 없어 처음 마운트하고 올라간 렌즈만 사용을 했다. 딱 그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지만, 렌즈를 교환하면서 눈이나 물이 센서에 닿는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부디 사용 중에는 아무 것도 카메라로부터 빼거나 열지 말자.
카메라 사용 후에는 결로를 예방하고 물기를 잘 닦아야 한다. 눈이 내린다는 것은 외부 온도가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태로 눈을 마구 맞으며 촬영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그 물이 카메라에 달라붙어 그대로 얼어버리든지, 아니면 급격하게 따듯한 곳으로 이동하며 추가적인 습기가 생긴다든지 하면 아무리 방진방적 성능이 갖춰져 있더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일단 외부에서 사용을 하고 내부로 들어왔다면 곧바로 렌즈 교환을 하거나 빼지 말고 일단 물기를 꼼꼼하게 닦아놓도록 하자.
필자는 일단 카메라를 그대로 들고 들어와서 수건에 싸놓는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에 제습함으로 넣고, 몇 시간 지날 때까지는 절대 렌즈를 빼거나 하지 않는다. 얼마나 지난 후에 렌즈를 빼야 하냐, 얼마나 꼼꼼하게 닦아야 하냐의 문제는 개별적으로 판단하시라. 절대적인 기준이 없고, 주관적 기준을 제시한다 하여도 상황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카메라 사용 전/중/후 주의해야 할 점들을 잘 지킨다면 눈이나 비 오는 날에 사진 촬영을 하여도 전혀 문제가 없다. 일단 카메라는 전자기기이고 물기에 약할 수밖에 없는 물건이기 때문에 수많은 점검요소들이 귀찮게 여겨지겠지만, 결국 아쉬운 사람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3. 얻게 되는 사진들
여기까지 읽었다면 그런 생각이 들 거다. '그렇게까지 해서 찍어야 되냐?', '너무 극성인 것 아니냐?', '그냥 그런 날에는 카메라는 놓고 가라, 핸드폰으로도 충분하다' 하는 생각들. 사실상 이런 생각들에는 어떤 대답도 할 수 없다. 항상 결과물이 탁월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찍었을 때 만족할 만한 사진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기는 하다. 너무 극성인 것도 일반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맞다. 핸드폰으로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지만, 충분의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 의아하고, 특히 취미 사진가에게 핸드폰의 퀄리티는 만족스럽지 않다.
이렇게 생각해도, 저렇게 생각해도 저마다의 입장이 모두 맞기 때문에 반박 시 당신의 말이 맞다. 다만 취미 사진가의 입장에서 이야기해보자면, 그렇게까지 했을 때 나오는 사진들을 한 번 경험해보면 눈 오는 날이 기다려질 거다. 아래에 눈 오는 날, 저 귀찮음을 감수하고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얻은 결과물들을 공유해본다. 절대적 기준에서 좋냐 나쁘냐를 따질 수 없지만, 필자는 또 눈이 온다면 카메라를 들고 나가고 싶다는 마음을 느끼게 한 사진들이다.
눈 오는 날, 당신의 카메라를 믿고 밖으로 나가보시라. 가능하면 스피드라이트까지 챙겨서. 취미사진가에게 설경만큼 일상적인 사진을 탈피하기 좋은 소재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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