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 케이스에도 명품이 있다.
일메레 가죽케이스를 주문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이 돼서 케이스를 받아보게 됐다. 빨리빨리가 익숙한 한국에서 쿠팡의 로켓배송이 적응시켜놓은 감각에 의하면 한 달이라는 시간이 굉장히 길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지마는, 이 제품을 손에 딱 쥐었을 때 느껴지는 그 완성도와 만족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이 제품이 소위 말하는 명품이기 때문에.
명품.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보통 명품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들이 많이 있을 거다. 샤넬, 구찌, 루이비통 같은 브랜드들. 그 브랜드들이 명품이라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비싸게 팔려서가 아니라, 그 비용을 받을 만큼의 높은 가죽 및 제작 퀄리티와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명품이라 불리는 것에는 꼭 제품 퀄리티라는 요소뿐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들이 함께 들어 있어야 하는 것 같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게 제품의 퀄리티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거다. 명품의 기본 전제조건은 제품의 완성도다.
그렇다면 일마레 케이스는 명품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소소하게 몇 장의 사진과 주관적인 감각에 따라 기록해보려고 한다.

일마레 가죽공방이 만드는 카메라 케이스
일마레 가죽공방에서는 여러 카메라의 케이스를 제작한다. 꼭 후지필름만의 케이스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라이카, 니콘은 물론이고 옛 필름 카메라 등 여러 카메라의 케이스를 제작한다. 다만 가죽케이스의 경우 라이카나 후지필름처럼 레트로하거나 전통적인 디자인에 보다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있어 후지필름이나 라이카 사용자들이 많이 찾는 케이스일 뿐이다.

완전 수제로 제작되는 케이스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로고일까? 개봉했을 때의 느낌은 상자가 생각보다 커서 약간 떠 있는 느낌이었지만, 케이스를 싸고 있는 천이나 라벨들이 고급지다는 느낌을 줬다. 뭐, 이런 포장의 문제는 실사용에서 오래 관여하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개봉 때부터 사용자의 감각을 깨워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명품은 사용하는 것 자체를 넘어서 구매하고, 개봉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데에서부터 오는 만족감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 않나.

본격적인 개봉
설레는 마음으로 케이스를 꺼내 확인해보았다. 참고로 필자가 주문한 사양은 이렇다.
가죽종류: 부테로 복스 그린(메모리 개방 / 커넥터 막힘)
스티치: 탄 색
내피: 딥 올리브
일마레 케이스는 가죽 종류와 스티치 색상, 내피 색상을 모두 선택해서 제작할 수 있는 주문제작 시스템이기 때문에 필자의 케이스는 참고만 하면 좋겠다. 워낙 많은 종류의 가죽들이 있고, 그 가죽마다, 또 색상마다 전혀 다른 느낌들을 내기 때문에 일마레 블로그에서 시안들을 확인하고 주문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부테로와 부테로 복스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 평평한 라인의 라이카 RF카메라 제품이었다면 부테로를 선택했을 것 같다. 필자가 보유한 후지필름 X-T5는 SLR 스타일이고, 부테로 복스가 보다 잘 어울린다 생각해서 부테로 복스로 최종 결정.
사진을 보면 주름이 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일마레 케이스에는 여러 가지 옵션을 넣을 수 있다. 기본 적용되었던 배터리 홀 옵션은 가죽케이스를 착용한 상태에서 배터리 교체를 할 수 있도록 배터리 커버 쪽이 열리도록 제작돼 있다. 일마레 케이스만의 특허가 있는 디자인으로 알고 있는데, 덕분에 속사케이스 사용 시 불편감이 많이 줄어든다. 물론 열고 닫는 구조로 돼 있기에 가죽에 주름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긴 하다. 만약 이런 부분이 싫다면 주문 시 그렇게 의사를 밝히면 된다. 배터리 홀 옵션뿐 아니라 그립보강옵션 같은 옵션도 존재하기 때문에 역시나 블로그 내용을 꼼꼼히 확인해보시라.

특히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그립 부분이다. 케이스가 그립부분 라인을 따라서 아주 핏하게 장착이 된다. 일마레 케이스가 가장 탁월한 부분이 카메라 디자인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핏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후지필름 X-T5의 경우 그립감이 많이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아 왔었는데, 캐논 EOSR의 그립 부분의 깊이가 깊어서 그랬는지 X-T5는 너무 깊이감이 없어 파지가 불안하게 느껴져왔다. 그런데 케이스를 장착하니 딱 불편했던 감각이 회복되었다. 만약 그립감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꼭 일마레 케이스가 아니더라도 정품 그립을 장착하는 등의 보강을 해보시길 추천한다.
그나저나 부테로 복스 그린의 저 질감이 정말 매력적이다. 그냥 부테로는 더 번질번질한데, 부테로 복스가 오히려 카메라 가죽 부분과 매칭이 잘 되는 것 같아 주문을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초점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레버 구멍도 정확하게 맞춰져 있고, 전체적으로 핏감이 좋다. 다만 케이스를 착용하면서 초점모드 전환이 조금 불편해진 건 아쉬운 부분. 어떤 케이스를 끼든 이 부분은 불편하게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에서의 디테일이 많이 보이는데, LCD액정이 틸트이기 때문에 LCD 밑쪽까지는 가죽케이스 부분이 올라오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하판 오른쪽과 왼쪽의 높이가 다른 점이 그 부분이다. LCD 틸트를 올리기 위해서는 손가락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세팅을 해놓은 것 같다.

영상을 안 하는 입장에서는 이 부분들이 막혀 있는 게 전혀 불편하지 않다. 이 부분에서도 LCD 세로 틸트를 위해서 손가락이 들어가는 부분이 파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매우 세심하게 이루어진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옆쪽 라인을 보니 스티치와 가죽의 색 배열이 아주 예뻐보인다.
정리
개인적으로 이전까지는 카메라에 왜 케이스를 씌우나 의아함이 더 컸던 것 같다. 카메라가 사진 찍는 도구인데 너무 애지중지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과, 웬만큼 전자기기를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성향으로서 카메라에 손상을 입힌 적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러다 새로운 카메라를 구매하면서 '왜 다들 구매하는지 궁금한데, 한 번 구매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구매를 해보았는데, 결과적으로는 매우 만족감을 느낀다. 1달 이상의 대기기간, 꽤나 비싼 금액에도 불구하고 굳이 구매할 만한 이유가 있다. 왜? 명품이니까. 고가의 카메라 자체도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기호물품이 되는 시대이기도 하니, 그 소중한 카메라를 조금 더 예쁘게 만들어주는 명품 케이스 하나 구매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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