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발언 한다.
필름사진, 별로 특별할 거 없다. 필름 결과물이 가진 색감, 질감, 느낌 다 별 거 없다. 디지털 사진에서 느낀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필름사진에 드는 돈을 생각해보면 필름은 사치다. 라고 말하면 엄청난 질타를 받겠지? 그렇지만 디지털 사진을 10년 정도 찍은 취미사진가가 필름 첫 롤을 찍은 솔직한 소감이다.
필자가 사용한 카메라는 미놀타의 옛날 카메라. 조리개우선 자동카메라인데 초점 잡는 것부터가 어려운 카메라다. 필름은 코닥 골드 200. 후지벨비아 같은 필름을 사용하고 싶었는데 너무 비싸서 가장 저렴한 필름을 찾다보니 코닥 골드 200을 사용해보게 됐다. 초점을 못 맞춰서 날린 사진이 몇 장 있어서 36장을 다 올릴 수는 없고, 재밌게 느낀 사진들과 나름 괜찮게 나온 사진들을 보여드리면서 왜 그런 느낌을 받게 됐는지 간단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필름 첫 사진의 재미
필름 사진을 찍다보면 처음 몇 방은 날리게 된다. 어디서부터 진짜 결과물이 나오는지 알기 어렵다. 결과물을 바로 볼 수 없으니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게 필름의 매력이니 어쩔 도리가 있나. 그런데 첫 사진이 보통 이렇게 반절만 나오더라. 인스타 어떤 계정은 롤의 첫 사진만 모아서 업로드하기도 하던데 노리고 찍으면 꽤 괜찮은 결과물들이 나오더라고.
확실히 파란색에서는 코닥만의 느낌이 있다. 물론 좀 더 오버로 찍었으면 색감이 좋았을 것 같은데 옛날 카메라라 세세한 설정을 할 수 없어 아쉬움이 있는 결과물이지만, 따로 후보정을 하지 않고도 이런 색감이 나온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지.
적당한 플레어와 역광, 약간의 근접샷. 나름대로 필름 사진으로 남겨보고 싶은 구도와 세팅이었는데 결과물이 너무 아쉽더라. 색이 다 죽어버린 게 카메라 렌즈 성능 때문일 수도 있지만, 결과물 자체는 너무 아쉬워.
이런 느낌은 참 좋더라. 햇빛이 떨어질 때 적절한 암부가 조화되는 광경을 필름으로 담을 때의 묘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주광에서의 인물사진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색감이 특별하지 않으면서도 쫀쫀한 느낌이 나는 느낌. 디지털로 담으려면 색상 하나하나에 그래도 손을 대야 이런 사진이 나오기는 한다.
계속해서 돈이 드는 필름
그런데 문제는 계속해서 돈이 든다는 거다. 필름 구매값만 1만 2천 원 정도. 현상 스캔 비용으로 1만 1천 원. 필름 보내려고 택배비 4천 원. 36장의 사진, 아니 그 중에서도 쓸 만한 사진 20장을 받기 위해 거의 3만 원을 쓴 것. 게다가 결과물을 받기까지 시간도 엄청나게 소요된다.
그렇다면 결국 물을 것은 '그럴 가치가 있는 만큼 예쁘고 매력적인 사진이냐'는 것이다. 디지털 사진을 찍고 보정을 하던 내게는 크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사진들이었다. 예를 들어 이런 사진 말이다.
필름카메라로 찍은 그 뷰를 내 카메라로도 찍었다. 난 이 사진도 매력적이다. 물론 필름의 질감과 느낌을 온전하게 따라가기는 어렵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생기는 필름 사진 결과물의 이미지 열화도 하나의 단점이다. 디지털 사진으로 고화질의 사진을, 적당한 느낌을 내는 이미지로 보정해서 사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만족스러운 일이 아닐까?
다작에서 나오는 만족스러운 결과물
물론 나는 아마추어고, 취미사진가다. 실력도 부족하고, 잘 정리된 세팅 안에서 사진을 찍지도 않는다. 순간을 담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는 스냅사진가일 뿐. 나와 같은 취미사진가들에게는 결국 다작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다. 많이 찍어야 몇 장 건진다는 거다. 많이 찍어야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온다는 것.
필름이 주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과연 오늘 이 시대에 비싼 값을 계속해서 지불하며 지속할 취미인지는 많이 의아하다. 필름열풍이지만, 필름 가격이 높아진 때에 다시 한 번 필름사진에 대해 고민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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