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이소에서의 첫 오마카세 입문
유명인들 인스타 팔로우를 잘 하지 않지만, 강민경 씨는 뭐랄까 참 열심히 산다고 할까. 나랑 너무 다른 방식의, 활력이 넘치는 삶을 보면 괜한 자극이 되기도 하고 해서 강민경 씨 인스타는 팔로우를 해 눈팅을 해왔다. 대부분의 사진과 글들이 그냥 보고 지나치기에 충분한지라 주의 깊게 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스시이소를 소개하는 글 또한 그랬다. 일단 서울로부터 너무 멀리 살고 있고, 아무리 저렴하다 해도 한 끼에 몇 만 원씩 내서 식사를 한다는 게 여간 부담되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이런 집도 있구나' 생각하며 지나갔다.
그런데 어쩌다 서울에 가게 됐다. 그것도 아내 생일을 앞두고. 서울 중에서도 명동, 강민경 씨가 추천한 스시이소라는 오마카세 식당이 가까이에 있는 곳으로. 왜인지 그때 번뜩 강민경 씨의 인스타 글이 떠올랐고 아내의 생일이 코앞이기도 하니 '특별한 식사를 위해 스시이소를 예약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첫 오마카세 입문을 하게 됐고, 다른 오마카세를 먹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인 평가는 불가능하겠지만, 우리는 정말 즐거운 식사를 하고 나왔다. 둘이 합해 14만 원이라는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우리가 다녀온 스시이소는 어떤 가게인지, 사진과 글로 소개해본다.
예약방법
예약은 당연히 필수다. 대부분의 오마카세가 예약 없이는 식사를 할 수 없는 것으로 안다. 물론 점심 런치 같은 경우 어떻게 바로 식사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먹은 저녁 오마카세는 모든 사람들이 예약을 하고 온 상태였고, 예약 없이 식사할 수 없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식사를 마친 후, 즉 저녁 한 타임 오마카세가 끝난 후 모든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퇴장하고, 쉐프님들도 퇴근 준비를 하시는 것을 보면 스시이소는 절대적인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문제는 전화연결이 쉽지 않다는 것. 예약은 해야겠는데 전화를 수십통 해도 연결이 잘 안 됐다. 물론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 쉐프님들이 틈틈이 전화를 받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내가 전화한 시간이 유독 통화가 제한되는 시간이었을 수도 있지만, 전화통화가 쉽지 않으니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어떤 글을 보니 캐치테이블로 예약했다는 글이 있어 앱을 다운받아 확인을 해봤는데, 캐치테이블로 예약이 가능했다.
캐치테이블 상에서 '스시이소'를 검색하면 바로 식당 정보가 나오고 예약도 가능하다. 날짜를 선택하면 하단에 선택 가능한 시간이 나오기 때문에 원하는 시간을 선택하면 된다. 우리는 식사 3일 전인가에 예약을 했는데 이미 점심은 예약이 완료된 상태였고, 저녁만 2타임 자리가 있었다. 점심으로 간단하게 먹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어서 저녁으로 예약.
가격과 구성
가격과 구성에 대한 내용은 결국 '그 돈 주고 먹을 만하냐'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 될 것 같다. 그러자니 어떤 기준을 근거로 이야기를 해야 할까 고민스러운 부분이었는데, 철저하게 내 기준에서 작성해보려고 한다. 딱히 미식가는 아닌, 특별히 음식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닌, 그렇다고 대충 끼니만 떼우기는 싫어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다. 한 끼에 7만 원을 쓴다는 건 여전히 부담이 되고, 평소에는 절대 흔쾌히 먹지는 못하는, 그러나 특별한 날만큼은 괜찮은 식사를 하고 싶은 그런 평범한 사람.
인당 7만 원, 둘이 합해서 14만 원. 거기다 술을 곁들일 사람들이라면 거의 20만 원까지. 우리는 술을 안 하니까 메뉴판만 봤는데 하이볼 한 잔이 만 원, 증류수 계열은 한 병에 3만 5천 원 정도 하니 술을 곁들인다면 추가비용도 낭낭하게 들어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값을 하는가? 사실 먹은 종류들을 다 기억하지 못해서 사진만 올려보려고 하는데, 각각의 종류는 다 몰라도 식사 자체는 너무나 즐거웠다는 기억이 충만하다.
처음에는 이렇게 사시미를 내주신다. 사실 딱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맛있을지 대략 예측이 되는데, 단순히 '맛있다' 정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오마카세를 먹으면서 확실하게 깨달은 건 '각 생선의 특유의 맛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다'라는 점이다. 보통 생선들마다 특징이 있다고 한다. 흰살생선은 이렇고, 빨간생선은 이렇고, 기름기가 많으면 이런 게 느껴지고, 참치는 이런 맛, 방어는 이런 맛, 청어는 이런 맛 등등. 그런데 나는 한 번도 회를 먹으면서 그런 맛을 딱 구분해서 느껴본 적이 없다. 왜? 이런 퀄리티의 생선을 먹어본 적이 없으니까.
오마카세의 가장 좋은 점은 생선의 맛, 초밥의 맛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특별한 걸 기대하기보다, 이런 점들을 구체적으로 기대하며 방문해보면 어떨까 싶다.
청주에 2시간 찐 전복을 내장에 찍어 먹고, 남은 내장은 샤리를 비벼서 먹으라 하셨다. 이렇게 맛있고 고소한 비린 맛은 처음이었다. 간이 된 샤리에 비벼 먹을 때의 맛도 엄청 좋았고.
지금 보면서도 침이 넘어가는 사진들. 이전에 나도 다른 사람들이 올린 오마카세 사진들을 여러 번 보며 무미건조함을 느꼈던 적이 많기에, 안 먹어본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보면 '그냥 그렇구나', '확실히 다르게 나오긴 하나보네', '저 한 점으로 배가 차?' 이런 생각들이 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먹어보면 다르다.
한 점 나오는데, 그냥 생선인데 오마카세라고 뭐가 다르냐? 쉐프가 그 생선의 맛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조리해서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도록 내놓는 회와 초밥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한 초밥집과는 확실히 다르다.
아내의 표정 = 내 표정
개인적으로 오마카세에서 가장 기대했던 게 이 우니인데, 예상보다 좀 비려서 당황했다.
이렇게 후식까지 해서 디너 오마카세 코스가 끝난다. 식사를 다 마치고 아내와 너무 배가 불러서 놀랐다. 둘 다 들어올 때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이게 배가 찰까', '먹고 다른 거 뭘 먹지' 하는 생각을 했다는 이야기를 나오면서 했다. 얼마나 배가 부르던지, 우리 부부가 먹는 양이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게 먹는 건 절대 아닌데 정말 배가 불렀다. 아마 식사시간이 긴 것도 한 몫 하지 않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먹어본 바, 일 년에 한 번쯤은 먹기 좋은 식사라고 생각한다. 기념일 때 인천 오크우드 레스토랑에서 30만 원이 넘는 식사를 하면서 느꼈던 약간의 불만감이 스물스물 떠오를 정도로, 스시이소에서 15만 원을 내고 먹은 식사가 주는 만족감이 너무 컸다. 지금도 아내와 '그때 오마카세 너무 맛있었는데' 이야기할 정도로, 틈틈이 이야기하게 되는 좋은 식사이오니 한 번도 오마카세를 먹어본 적이 없는 분들이라면 적정한 가격으로 입문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아, 마지막으로 쉐프님들은 굉장히 사근사근하시고 친절하시다. 오마카세 먹으러 갈 때 약간의 긴장감이 어디로부터 왔을까 생각해보면, 쉐프님이 계속해서 내어주는 음식을 받아서 먹어야 하고 설명도 들어야 하는 상황과 초면의 만남을 낯설어하는 성향의 부딪힘이 주는 긴장감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스시이소에서 뵌 쉐프님들은 편안하게 음식을 내어주시고, 사근사근 설명해주셔서 긴장감이 사르르 녹고, 식사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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