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이 만든 똑딱이 중형카메라 GFX100RF
후지필름이 자꾸 이상한 걸 만든다. x-half라는 요상한 물건을 만들어내질 않나, 1억화소 중형센서를 집어넣은 똑딱이를 만들지 않나. x-half 보고 있자니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선을 넘는 것 같기는 하지만, GFX100RF는 처음 출시 때부터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던 카메라인지라 궁금증이 컸는데 어쩌다보니 손에 들어오게 됐다. (잘 갔니 내 라이카 렌즈들아..?)
스펙에 대해서는 길게 이야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 어차피 정보는 AI에게 물어보면 뚝딱 요약해주기 때문에. 물론 지금 perplexity에 물어봤더니 손떨방이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손떨방은 없다. 대략 큰 스펙만 말하자면 1억화소 중형센서, 35mm 후지논 렌즈(환산 28mm), 손떨방 없음 정도가 되겠다.
후지필름은 x100v, X-T5를 사용했는데 모두 재미있게 사용했다. 우리는 유독 후지필름으로 담았던 사진들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는데, 꼭 그때의 기억 때문만이 아니라 결과물 자체가 만족스러웠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여러 번 x100vi를 구입하려고 광클도 해봤지만 번번이 실패하며 후지에 정을 떼던 차. 라이카를 처분하고 중형으로 가려고 핫셀을 보다가 어쩌다보니 곁길인 후지필름 gfx100rf를 들이게 됐다.
별 거 아니지만 재밌는 기능, 비율설정
모든 카메라가 세팅할 수 있는 기능이 사진비 설정이겠다. 굳이 다른 카메라들은 그 메뉴까지 들어가 굳이 비율조정해서 찍지는 않는 편이라 익숙하지 않지만 말이다. 사진생활을 하다보면 사진이 고착화된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사진비율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새로운 시선이 생기곤 한다. 사진에서 다른 재미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
중형카메라를 구매하면 중형 필름처럼 1:1 비율로 많이 담으려고 했던 차라 1:1비율도 많이 사용 중이고, 65:24라는 영화에서나 사용하던 비율을 사용하기도 했다. 사실 GFX100RF 사용자들이 대부분 그런 비율로 촬영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다소 식상한 부분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다른 시선으로 사진을 찍어보는 경험은 분명 흥미롭다.
좋은 그립감
그립감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카메라의 부피가 중형 카메라 치고는 매우 작은 편이고, 풀프나 크롭 카메라와 비교하면 평이한 수준처럼 보인다. 엄청 작진 않지만 그렇다고 절대 크다 할 수 없는, 중형센서를 집어넣은 휴대성 좋은 똑딱이카메라다. 그런데 이 카메라가 그립감이 꽤나 좋다. 부피가 작아지고 경량화를 하다보면 그립감을 완전히 포기하는 경우가 있어 속사케이스를 구매해야 되는 경우가 빈번한데, 케이스 없이도 손에 착 감기는 것이 그립감이 참으로 좋다.
후지필름이라는 브랜드의 강점, 색처리
자주 생각했다. 후지필름이 풀프를 만들면 얼마나 매력적일까? x100v를 사용하던 시절 필름시뮬레이션에 내 색보정을 조금 더하면 가끔가다 아주 만족스러운 결과물들을 보게 됐다. 기본적인 색처리도 매력적이고, 클래식크롬 같은 시뮬레이션에 손을 대다보면 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지만 이따금 아주 찰떡 같은 색감이 나온다고. 그런 경험 한 두 번이 쌓여서 후지필름을 계속 향수하게 되는 거거든.
그런데 후지필름이 풀프를 만들지 않고 중형센서를 내놓으면서, 내게는 '후지가 풀프를 만들면'이라는 의문이 '중형을 만들었으면 그 결과물은 어떨까'라는 바뀐 의문으로 생성됐다. 크롭에서 만들어내는 색처리를 더 풍성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잘 만들어줄까? 16bit로 담으면 담을 수 있는 색상정보가 280조라고 한다. 280조 개라니.
개인적으로 한 주 사용해본 바 내 궁금증과 의문은 긍정적으로 채워지고 있다. 일단 화이트홀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줄어들었다. 어떻게 찍어도 후보정으로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거나 낮추어도 고유의 색정보가 흔들린다는느낌은 들지 않는다.
보여줄 수 없는 장점, 1억화소의 디테일
이게 참 애매한데, 1억화소의 디테일을 보여줄 수가 없다. RAW파일의 용량이 압도적이고, 이걸 후처리해서 JPG로 변환해도 경우에 따라 7-80mb까지 용량이 솟구친다. 보통 블로그 업로드 제한이 20mb이기 때문에 리사이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1억화소의 디테일이 이렇다고 보여주기가 어려운 결과물이 된다. '어차피 웹용으로 쓸 건데 중형이 왜 필요함?'이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도 이해가 된다.
누군가는 고화소를 자기만족의 영역이라 하기도 하지만, 고화소라는 것이 가져오는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트리밍이 여유롭다는 점이다. GFX100RF는 레버로 기본 28mm에서 35mm 50mm 65mm까지 트리밍을 할 수 있다. 2-3천만 화소에서는 이렇게 다단계 크롭을 하게 될 시 디테일이 굉장히 무너진 사진들을 보게 되는데, GFX100RF에서는 50mm 정도까지 크롭해도 3천만 화소이기 때문에 웬만한 풀프레임 사진의 퀄리티를 얻을 수 있다. 단렌즈의 단점을 상쇄키시는 것이기도 하고.
*참조: 환산 기준 기본 28mm일 때 1억화소, 35mm 6천만, 50mm 3천만, 63mm 1.9천만
손떨방이 없다.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다. 다 말하기엔 내 경험치도 부족하니 하나만 이야기하자. 손떨방이 없다. 1억화소에 조리개는 f4 고정. 상당히 셔터스피드 확보가 제한되기에 떨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28mm 광각이고 어쩌고 저쩌고 해도 없는 게 아쉬운 건 팩트다. 여러 장 흔들린 결과물을 보자니 절대 툭툭 찍을 수가 없는 카메라다. 일상용으로, 혹 움직이는 인물용으로 쓸 사람들은 충분히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지 싶다.
이제 한 주 썼으니 좀 더 써보고 장단점 보강해야지. 지금 떠오르는 장점들이 아직도 있다. 뷰파인더 크기, 배터리 사용시간, AF 속도 등등. 이건 다음 게시글에서 다뤄보기로 하고 우리 아가들 사진으로 끝내기.
'사진가 > 카메라, 렌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이카 D-Lux8 구매기 - M10에서 D-lux로 (1) | 2025.07.19 |
---|---|
라이카 M10 핫슈커버 구매하는 방법. M10P 실버 금속 핫슈커버와 호환 가능한가? (0) | 2025.02.13 |
2025년의 라이카 M10 구매, 내 로망 성취했다. (35mm Summicron ASPH 5세대) (0) | 2025.02.10 |
라이카 CL, 라이카의 색감을 맛볼 수 있는 카메라 (1) | 2025.02.06 |
피지테크 슬링백 10L - 취미사진 10년차의 카메라 가방 추천 (0) | 2023.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