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학원농장 청보리밭
고창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고창읍성에도 다녀오고, 판소리 박물관도 다녀왔다. 사진을 취미로 찍기 때문에 여행 시 사진 남기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데, 고창읍성에서도 꽤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학원농장 청보리밭에 도착했을 때, 진짜 사진 여행은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이 가족 여행에서는 후지필름 x100v 한 대만을 들고 떠났다. 캐논 EOSR과 RF50mm F1.2, RF70-200 F4L, RF24-105 F4L 렌즈를 가지고 있고, 신혼여행 때와 웬만한 여행을 떠날 때면 항상 이 모든 구성을 들고 다녔었다. 좋은 사진을 남기는 게 주 목적이었기 때문. 그런데 후지필름 X100v를 들이고서는 무거운 캐논 바디와 렌즈들을 잘 들고 나가지 않게 됐다. 물론 항상 나갈 때마다 불안함이 있다. '이거 한 대만 들고 나가도 될까?' 하는 불안. 그리고 항상 그 불안을 잘 해소시켜주는 바디가 후지필름 x100v다. 과연 이 똑딱이 카메라 한 대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사진을 남길 수 있을지, 고창 학원농장 청보리밭에서 남긴 사진을 보여드리며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 고창 학원농장 청보리밭에는 청보리가 없었다.
- 후지필름 x100v로 충분했을까
청보리가 없다.
첫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청보리가 없더라. 청보리가 유명하던데 청보리가 없었다. 시기가 이미 보리가 다 익어버릴 시점이었기 때문. 사실 보리가 언제 익는지 모른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푸릇한 보리가 아니라 이미 익은 노란색 보리들만 존재했다. 아마 3-4월에는 방문해야 청보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청보리는 없었지만 익어버린 보리의 노란빛이 너무나 예뻤기 때문에. 처음엔 청보리가 아니라서 약간 당황했는데, 보리가 주는 그 따듯한 색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중간 길을 걸으며 양옆으로 빽빽한 보리를 볼 때 마치 교과서에서 보여주는 시골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게 시골의 매력이지.
후지필름 x100v로 담다
이번 여행에서는 후지필름 x100v 한 대만을 활용했다. 똑딱이 카메라가 가볍고 편리한 건 누구나 알지만, 그럼에도 항상 판매량이 일정 수준에 그치는 건 사진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가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지필름 x100v는 환산 35mm 단렌즈가 달려 있는 카메라다. 소니 rx100시리즈처럼 줌이라도 가능하면 화각의 다양함이라도 있는데, 이 카메라는 단렌즈로 줌도 안 되니 더욱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후지필름으로 담으면, 그 사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후지필름은 참 이상한 카메라 회사다. 기술력이 있으면서도 크롭바디를 주력으로 한다. 이상하게 옛날 필름카메라의 느낌을 고수하고, RF스타일의 카메라를 유지한다. 다른 회사들이 안 하는 걸 굳이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불편하고 특이한 카메라로 사진을 담을 때, 결과물이 너무 만족스럽다는 것도 신비한 일이다.
후지필름에는 여러 가지 필름시뮬레이션이 존재한다. 그 자체로만 해도 여러 가지 매력들을 느낄 수 있다. 웬만한 카메라 회사들이 주는 기본 jpg 결과물이랑은 차원이 다른 색을 보여주는 것. 사진 보정 기술이 거의 없다면 무조거 후지필름을 추천한다. 카메라 촬영이 좀 불편하고, af속도가 딸리고, 조작이 불편한 것처럼 보여도 그 결과물이 웬만한 보정을 거친 사진들보다 예쁘기 때문이다.
장인어른과 아내의 외할머님의 걷는 모습. 후지필름 x100v는 단렌즈로 줌인아웃이 안되지만, 크롭 기능을 조금만 활용할 수 있으면 내가 원하는 구도로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후지필름은 특히 광학적으로도 탁월함이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광학성능이 뒷받침된 고화소의 사진은 크롭의 활용성을 높여준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들고 만족하는 사진. 엄청나게 멀리에서 찍은 사진인데 크롭하니 노이즈 질감도 살아나고, 후지필름답게 색 표현력도 탁월하며, 구도도 마음에 들게 형성이 됐다. 후지필름으로 못 찍을 사진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사진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피사체가 주는 아름다움과 의미를 충만하게 느끼게 하는 사진이기도 해서 이번 여행 베스트 픽!
다작하기
디지털시대 사진의 축복은 다작이 가능하다는 거다. 옛날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한정된 필름 컷 수만큼 찍어야 했기에 조심스럽게, 소중하게 촬영을 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카메라 구매 비용만 사용한다면 몇만 컷을 찍어도 비용이 추가로 들지 않는다. 때문에 많이 찍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디지털 카메라의 축복인 듯하다.
문제는 카메라 부피가 커지면 커질수록 촬영이 힘들어진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후지필름 x100v는 최고의 기기다. 가볍고, 예쁘고, 결과물의 탁월함도 있다. 단순히 카메라가 예쁘기만 해도 많은 인기를 얻는데, 이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을 보고 있자면 웬만한 풀프레임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보다 결과물에서 큰 만족감을 준다. 후지필름을 사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
사진이라는 취미는 소중한 취미다. 가족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매개가 되기 때문이다. 많이 찍고, 많이 담고, 많이 나누기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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