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촬영이 취미인 사람들은 굉장히 많다. 요즘 웬만치 사진 취미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풀프레임은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상황. 옛날에야 진짜 찐 덕후들만 5d mark2 구매해서 L렌즈 팍팍 달고 썼지만, 이제 다들 가지고 있는 게 풀프레임이라는 말.
당연히 사진 취미생들이 늘어날수록 사진 업로드를 하고 공유할 플랫폼들이 늘어났다.
사진 공유 플랫폼의 원조는 SLR CLUB의 사진게시판이었을 거다. 그런데 이게 좀... 과도한 보정을 먹이거나 드라마틱한 풍경사진만 사람들의 추천을 받는 것도 있고, 특히 친목질이 있어서 새로운 뉴비들은 웬만큼 인상적인 사진 아니고서는 진입할 수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모델 촬영 사진이니 어쩌니 해서 노출 있는 모델들 사진 올리고 댓글로 성희롱하는 꼬라지도 보기가 싫고(개인적으로 아재들의 그런 네트워킹 극혐이에요 ^^)
그나마 보편적인 플랫폼으로는 블로그가 있다. 나 역시도 네이버 블로그를 사진 취미를 갖기 시작하면서 하기 시작했으니까. 블로그라는 플랫폼 자체가 사진 없이 글만 쓰기에는 제한이 있기도 하고, 내가 찍은 사진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반영하기에 꽤 적절한 공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SNS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사진을 꼭 올려야 하는 인스타그램이 사진 공개의 장이 됐다. 아마 풀프레임 미러리스의 보편화(소니 A7 시리즈의 출시)와 인스타그램의 성장이 사진 취미생들을 폭발적으로 늘린 게 아닌가 싶다. 남들이 올린 사진을 보며 좋아요를 누르고, 나도 그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장소가 생겼다는 것.
누가 선물해준 거예요.
나 역시 인스타그램으로 사진을 많이 업로드하는 편이고, 올려진 사진에 대한 공감 수로 기분이 좋아지는 일개 취미사진사일 뿐이다. 카메라만 있으면 추가적인 비용도 없이 내 사진을 공개하고 자랑할 수 있다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게다가 나는 블로그도 운영을 한다. 내 사진과 함께 카메라 기종에 대한 리뷰 글도 올리고, 굳이 특별한 글이 아닐지라도 일상의 기록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과정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
그러다 한 번은 어떤 분의 사무실에 들어갔다가 사진 액자가 걸려 있는 걸 봤다. 사실 더 대화를 지속할 만한 거리가 없던 중, 뒤에 걸려 있는 액자가 눈에 띄어 "혹시 직접 찍으신 건가요?"라고 물었다. 개인적으로는 사진 자체가 별로 예쁘지도 않았어서 "맞다"라는 답변을 들어도 "정말 좋네요"라는 형식적이고 겉치레적인 호응밖에 못 했을 거다.
다행히 본인이 찍은 건 아니라고 하셨다. 누군가에게로부터 선물을 받으셨다고. '아 그렇구나' 싶었다.
그런데 괜히 나도 액자를 만들고 싶은 거라.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도 내 사진을 걸어놓고 계속해서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닿게 하고 싶은 거라.
사진을 인화하고 액자로 걸어놓는 것이 스마트폰보다 유익한 점들이 있다. 물론 사진을 언제 어디서든 핸드폰을 볼 수 있는 시대이지만, 굳이 켜야 보는 것이라는 점에서 액자와는 다른 차이가 있거든.
① 액자는 내 시선이 닿는 곳에 걸어놓기만 하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것이다.
② 또한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도 효과적이지. 어떤 그림, 어떤 사진을 걸어놓느냐에 따라서 그 공간이 편안함을 주기도, 영감을 주기도 하니까.
인화하려고
그래서 나는 사진을 인화하기로 했다. 사진을 인화하는 것만으로도 '사진'이라는 취미의 영역이 한층 넓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이전에는 파일로만 공유되고 전시되던 사진이, 실제 우리 집과 사무실에 세워짐으로써 분위기를 만드는 디자인의 요소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내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별 거 아닌 일에 설레기까지도 한다.
비용 때문에 여러 장 인화할 수가 없어서, 일단 두어장만 인화를 하려고 했다. 대충 인화하면 어떤 모양으로 나올까 싶어서 먼저 내가 포토샵으로 여백을 두고 사진을 편집해봤다.
블로그 배경이 흰색이라 거의 티가 안 나는 것 같다. 주변 테두리를 흰색으로 여백을 주고 편집을 하면 상대적으로 사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너무 일상적인 사진이라 인화까지 하기엔 비용이 아깝지만, 여유가 있다면 이런 일상들을 다 인화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앨범은 오래된 사진들로 채워져 있지만, 그 사진들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보따리들을 풀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것처럼, 이 일상들도 어느 때인가 우리에게 추억거리가 될 것 같아서 말이다.
어디서 인화를 할까?
내가 인화를 하려고 금액을 지불한 곳은 '찍스'라는 곳이다. 하필 내가 '인화를 해야겠다'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메일 체크를 하다가 찍스에서 온 메일을 봤다. 액자 30% 할인이라는 유혹 가득 담긴 내용이 들어 있었다.
어 완전 내 돈 주고 산 거기 때문에 그냥 광고 아니다. 찍스 나쁜넘들. 너무 비싸.
아무튼 나는 슬림메탈액자로 2개를 구매했다. 하나는 매트플랫이라고 돼 있는 여백이 있는 액자이고, 다른 하나는 플랫이라고 여백 없이 프레임을 꽉 채운 액자로 구매했다. 매트플랫보다 플랫이 더 저렴하더라.
찍스는 옛날부터 나름 탁월한 곳으로 추천을 받아왔던 곳이기도 하고, 우리 유럽여행 다녀왔을 때 앨범을 만들면서 대량인화를 했던 곳이기도 해서 딱히 다른 업체를 찾아볼 생각을 안 했다. (다른 괜찮은 곳 있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아마 1주일 안에 오겠지? 어떤 사진을 인화했는지는 다음 글에서 공유해보려고 한다. 글감이 있어야 될 거 아닌가!
정리
사실 우리나라의 사진 문화는 그 매너 자체가 별로인 수준이다. 솔직히 그래 좀; 뻔히 도촬하면서 초상권 문제 없다고 떵떵 거리는 아재들 때문에도 그렇고, 누드 사진 찍는다고 했다가 성추행한 작가들 때문에 그렇고. 사실 프로 영역에서의 윤리가 부적절한 거면 그 자체로 문제라 한정하겠는데, 일반 취미 사진가들의 매너도 개매너일 때가 너무 많아서 "우리나라의 사진 문화"라고 지칭하는 게 전혀 문제가 안 될 거라고 생각한다.
뭐 당연히 사진이라는 결과물을 대하는 태도 자체도 구린 편이다. 남의 사진 가져다가 쓰면서 과감하게 자기 워터마크를 박아서 자기가 찍은 체한다든가, 남의 사진으로 리뷰를 쓴다거나 하는 일들이 아주아주 비일비재하지. 그런 시대에 사진을 돈 주고 산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문제처럼 보일 거다.
그나마 기업들이 Top 사진가들과 계약을 맺고 화보나 앨범, 달력, 마케팅 같은 곳에 활용하는 괜찮은 모델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문화가 그렇다는 거다.
사진이라는 문화 영역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사진이 올바른 방식으로 소비되기도 해야 하고 판매되기도 해야 한다. 꼭 작품이 돼야 한다기보다는, 디지털로만 남아서 좋아요 수 받는 정도가 아니라 돈을 주고 사고 돈을 주고 판매하는 과정들이 당연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그것도 일반인들 사이에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스톡사진 팜이 넓어지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일까나. 크라우드픽 번성하세요. 아무튼 다들 사진 인화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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