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레이씨 안경닦이를 구매하다.
블로그를 하다보니 안경닦이도 리뷰하게 되는 날이 온다. 대략 블로그를 10년 정도 하면서 카메라 리뷰는 여러 번 썼고, 그 외에 여행지, 전자제품, 악세사리, 안경까지 다양한 것들에 대한 리뷰를 기록해왔지만, 안경닦이도 리뷰하게 될 줄은 예상도 못 했다. 그만큼 안경닦이라는 물건이 흔하고, 저렴하고, 보편적이니까.
대개 안경닦이는 안경을 구매할 때 받는다. 공짜로. 그렇게 몇 개 받아서 자연스럽게 쓰다가 버리고, 길 가다 안경점에 들어가 "안경닦이 하나 주실 수 있나요?" 요청한 후에 또 공짜로 받아 사용한다. 안경닦이는 그런 물건이니까. 누가 여기에 돈을 쓰고, 누가 좋은 안경닦이를 찾고, 누가 그 안경닦이에 대해 리뷰까지 하겠는가.
그러나 좋은 안경닦이를 절실하게 찾게 되는 때가 있다. 안경잽이들 - 이라고 말해 죄송하지만, 저도 안경잽이입니다. 안경을 필수적으로 써야 하는 점에서도 안경잽이이지만, 안경이라는 물건 자체를 좋아해서 안경잽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으로 여겨지지는 않아 편하게 사용하겠습니다 - 에게는 안경을 닦는 행위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항상 존재한다. 이게 별 거 아니고, 대충 중성세제와 흐르는 물로 닦아내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하루 하루가 쌓여 한 해가 되고, 그게 수십 년이 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좋은 안경닦이 없나' 하는 생각으로 연결이 된다. 여러 번 닦고 닦아도 닦이지 않는 렌즈들을 보고 있자면,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마음이 절실하게 좋은 안경닦이를 찾아 헤매게 만든다는 것.
그리고 이런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실제로 좋은 안경닦이 제품을 내놓은 회사가 있다. 도레이씨 안경닦이. 화학회사가 왜 안경닦이를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안경닦이가 "안경닦이 계의 에르메스"라고까지 불린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괜한 호기심이, 다른 한편으로는 괜한 씨니컬함이 올라왔다. 마침 좋은 안경닦이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고 있겠다, '얼마나 좋길래 그래?'라는 물음이 발화점이 돼 무려 한 장에 8천 원이 넘는 안경닦이를 구매했다. 과연 이 제품이 내 한편의 기대감과, 다른 한편의 시니컬함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 도레이씨 안경닦이의 가격과 필자의 구매목록
- 매우 신경쓴 패키징과 설명서
- 제품 크기와 세부사진
- 안경닦이 본연의 기능을 하는가
- 총평

도레이씨 안경닦이의 가격과 필자의 구매목록
가격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프린팅이 돼 있는 안경닦이 제품은 8천 원이다. 배송료 2,500원 정도 붙으면 만 원이 넘는 셈. 안경점에서 공짜로 받는 안경닦이를 만 원 주고 산다는 데서부터 시니컬함이 폭발한다. 그런데 세 장을 구매하면 배송비가 공짜라고 한다. 속는 셈 치고 세 장을 구매해보기로 했다.
솔직히 두 디자인 중 하나만 고를 수도 없었다. 또 좋은 제품은 쟁여놓고 사용하는 편이라, 만약 이 제품이 좋다면 분명 '여러 장 구매해서 쟁여놓을 걸' 하는 생각을 할 것이기에 필자에게는 적합한 구매이기는 했다. 그래도 괜히 혹해서 세 장을 구매한 것 같아 눈을 게슴츠레 뜨며 결제를 했다. '안 좋기만 해봐라' 하는 마음으로.

매우 신경쓴 패키징과 설명서
그런데 이 회사, 패키징이 꽤나 정성스럽다. 필자는 이전 글을 통해서도 여러 번 이야기했는데, 제품 자체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그 제품을 담아내는 패키징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애플 제품을 좋아하는 것도 그 제품의 완성도가 높은 것에 더해, 그 제품을 뜯어내는 과정이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비닐 뜯을 때, 박스를 열 때, 제품을 처음 꺼낼 때. 패키징을 본 순간부터, 그것을 벗겨내는 모든 과정이 소비자에게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

도레이씨 안경닦이도 그런 류의 패키징을 제공한다. 사실 거대한 물건도 아니고, 전자기기처럼 보호기능이 있어야 하는 패키징이 아니기 때문에 패키징에 고급스러움, 정성을 투영하는 게 쉽지는 않았겠다 싶은데도, 그 얇은 안경닦이 한 장 빼내는 데까지 둘러싸고 있는 유광 종이, 유광 필름들을 벗겨내는 과정들을 거치며 고급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궁금하면 구매해보시라. 실제 손에 들리는 안경닦이 자체는 엄청 얇은 손수건같은데, 이 제품이 고급스럽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패키징이 있다.


그리고 가장 칭찬하고 싶은 것, 설명서다. 요즘 웬만한 회사들이 넣지 않는 게 설명서다. 특히 전자기기 제품들을 판매하면서 설명서를 넣지 않고 인터넷으로 pdf파일을 받아보라고 이야기하는 시대. 개인적으로는 이게 불편하다. 제품을 팔면, 그 제품이 가진 특징과 사용법 정도는 설명해주는 자료를 동봉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인터넷을 쓰지 못해서, PDF 볼 핸드폰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게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자기 제품을 사용할 소비자들이 가질 궁금증 - 사용법부터 관리법, 세탁법 등 - 에 대해 충분하게 설명을 담아놓은 설명서를 제공한다는 것. 그것도 제품 수만큼 넣어서 보내준다는 것. 나만 그럴 수 있지만, 좋은 부분이었다.

제품 크기와 세부사진
필자는 24 * 24 크기의 제품을 구매했다. 기본 사이즈에 600원만 추가하면 구매할 수 있는 사이즈이길래 구매했는데, 구매할 때에도 이 사이즈가 대략 어느 정도 크기인지 감이 안 왔었다. 그래서 혹시 도레이씨 안경닦이 구매를 고려하는 분들에게 사이즈가 이 정도라고, 세부 질감은 이렇다고 보여드리기 위해 사진을 올려드린다.

아이폰12pro와의 크기비교 사진.

안경닦이 세부 질감 확인을 위한 사진.

안경닦이 마감 퀄리티 확인을 위한 사진.

이 정도면 대략 이 제품이 가진 질감, 마감, 크기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안경닦이 본연의 기능을 하는가
가장 중요한 부분. 과연 이 제품은 8천 원의 값어치를 하는가? 안경닦이로서의 본연의 기능을 하는가. 아니, 다른 공짜 안경닦이에 비해 탁월한 기능성을 제공하는가? 필자는 이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정말 돈값을 할까? 정말 명품이라고 부를 만큼 기능성이 있는 제품일까? 그래서 두 개의 안경을 기준으로 간단한 테스트를 해봤다. 물, 중성세제, 알콜스왑, 자이스 렌즈클리너 같은 알콜성 클리너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도레이씨 안경닦이만을 사용해서 테스트를 해봤다.
먼저 위 사진은 필자가 데일리로 착용하는 린드버그 모르텐에 수입렌즈 조합 안경이다. 자이스였는지 세이코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안경 알만 큰 돈을 준, 나름대로 좋은 코팅이 돼 있는 안경알이라는 것.

도레이씨 안경닦이를 개봉하고 한 번 훅훅 턴 후에 안경을 닦았고, 매우 잘 닦였다. 사실 이 안경은 데일리로 착용하면서 거의 매일 닦아주는 안경이기 때문에 이것 자체로 큰 테스트는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다른 안경닦이만큼의 역할은 하는구나 확인을 했다. 필자에게 이것보다 더 중요한 테스트는 밑의 안경으로 진행한 테스트다.

필자가 경제적으로 힘들 때 구매했던 가메만넨 안경. 가메만넨 안경테가 너무 예뻐서 구매하고 싶었는데, 돈이 부족해서 안경알은 국산 저렴이 알로 맞추었던 안경이다. 이 안경 때문에 필자는 절대 다시는 국산안경알을 안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정말 정말 코팅이 허접하다. 닦아도 닦아도 닦이지가 않고, 쉽게 오염된다. 중성세제로 흐르는 물에 닦아내도 쉽게 닦이지 않고, 기존에 사용하던 안경닦이로는 정말 안 닦여서 반 포기한 채로 집에서 착용을 하는 안경. 과연 이 안경은 잘 닦일까?

일절 다른 첨가물을 쓰지 않고 도레이씨 안경닦이만으로 왼쪽만 닦아낸 사진. 잘 닦인다. 이 안경을 닦고서 도레이씨 안경닦이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명품은 명품이구나, 기술력은 기술력이구나. 그렇게 안 닦이는 안경알이 이렇게 잘 닦일 수 있구나. 물론 보는 분들마다 '에이 그냥 안경닦이로 빡빡 닦으면 닦이지' 생각할 수도 있을 거다. 그러나 집에서 저렴이 안경을 착용하며 대충 쓰는 분들이라면 필자가 위에 기록한 안경의 상태에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도레이씨 안경닦이는 충분히 돈을 주고 구매할 만한 제품이다.

두 안경을 닦고 난 직후의 상태. 이물질은 눈으로 보이지는 않고, 제품은 조금 구겨졌다. 일반 안경닦이와는 전혀 다른 소재이고 느낌이라서 이 구겨짐이 낯설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금방 적응이 될 것 같다.
총평
아직 해보지는 않았지만 세탁이 가능한 제품이라는 점,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일반 안경닦이에 비해 매우 뛰어난 세정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점, 귀여운 디자인이 들어 있는 제품이라는 점.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자면, 안경닦이에 8천 원을 쓸 만하지 않은가 하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전에 안경 리뷰를 할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고가의 안경을 사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안경만큼 우리 몸에 항상 붙어 있는 게 없다고. 하루에 천 원 내 얼굴에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1년 36만 5천 원을 투자하는 것이고, 하루 2천 원을 얼굴에 투자한다면 대략 72만 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3-50만 원의 티타늄테들이, 더 나아가 6-70만 원의 고가 안경들이 비싸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어도 비정상적인 소비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 않을까.
도레이씨 안경닦이를 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매일 얼굴에 얹어놓고 살며 내 시력을 좌지우지하는 제품을 닦아내는 데에 8천 원이 비합리적인 소비라고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세탁하여 여러 번 사용할 수 있고, 어떤 공짜 제품보다 탁월한 효과를 내는 제품이라면 더더욱 비합리적인 소비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추천할 수 있는 소비이지 않을까?
물론 "안경닦이계의 에르메스"라고 부를 필요까지 있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에르메스라는 명품에 빗대는 것 자체가 삐딱한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을 주는 것 같거든. 뭔 안경닦이에도 에르메스니 명품이니 하냐 하는 생각이 곧장 들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이 제품을 명품과 저질제품 양자 기로에 놓는다면, 필자는 명품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제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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